문승욱 산업장관 "원전 더 늘리지 않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종합)
신년 기자간담회…고리2호기 연장에 원론적 입장 재확인
"K-택소노미에 원전 빠져도 수출에 직접적 문제 안돼…EU논의 주시"
올해 정부 과제로 공급망 안정·탄소중립·통상 등 지목
(세종=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여야의 주요 대선후보와 정부 인사들이 잇달아 원전 활용 제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문승욱 장관은 25일 "정부가 정한 에너지 전환 대책의 기본 방향은 현재보다 원전을 늘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문 장관은 이날 세종시 산업부 기자실에서 한 신년 간담회에서 설계 수명 종료가 임박한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2017년에 정한 에너지 전환 대책의 기본 방향은 현재보다 원전을 늘려나가지 않고, 수명이 다 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하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장관은 그러나 "그 판단은 사업자가 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과 함께 고려해서 협의하는 부분"이라며 "그 부분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장관은 또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주요 대선후보들의 발언에 관해서는 "차기 후보들이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 현 정부 (인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미 많은 수의 원전이 특정 지역에서 운영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고, 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문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원전을 더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외국 사례를 봐도 많은 나라가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장소를 정하지 못했고, 정했다가도 백지화됐다"며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요인이 합치되는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아 더 섬세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현 정부에서 착공 직전 사업 추진이 보류됐으며 고리2호기는 내년 설계 수명 종료를 앞두고 있다.
문 장관은 또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 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초안 단계이고 EU 내에서도 입장이 나뉘어 논쟁 중인 것으로 안다"고만 언급했다.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인 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빠져 원전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원전을 수출할 때 국내 택소노미보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출신용기관(ECA)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원전 수출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4~6개월의 시한을 두고 갈 부분이어서 우리도 잘 지켜보겠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EU 논의과정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4~6개월 가량 협의 후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EU 택소노미의 최종안을 살펴본 뒤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장관은 올해 산업부의 주요 과제로는 ▲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강화 ▲ 탄소 중립 ▲ 디지털 전환 ▲ 통상을 지목했다.
문 장관은 우선 특정 소재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안정성 도모를 위해서는 대체 소재와 기술, 공급망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등 중요 산업에서의 초격차 확대 등 경제 안보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언급하면서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지만 최근 추진 중인 초광역권 정책 등과 패키지로 연결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이러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회 요인을 통해 더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한 정책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나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해 속도감 있게 디지털 전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자금 연결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급망 안정화와 탄소중립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며 "통상 측면에서 이런 협력을 확대하고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장관은 최근 철강업계의 화두인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 상무장관과 만났을 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라며 "다만 미국이 영국, 일본 등과의 협상을 우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철강회사의 양해 등 국내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어 조금 기다려달라는 답을 들었다"면서 "국내 기업의 입장을 다각도로 전달하고 있어 미국이 (우리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경쟁국에 뒤처지는 통상환경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원전 수출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을 성공적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부분을 (사우디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우디의 원전 정책 스케줄이 다시 진행될 때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자원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세에 대해서는 "에너지 차관을 중심으로 공급망 TF(태스크포스)를 주기적으로 열어 체크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우리 산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문 장관은 "재작년 말 정해진 전기요금 산정방식 따라 운영해오고 있고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을 분리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며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문 장관은 다만 "운영 초기에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어서 하방 쪽으로 반영됐지만 이후 예상치 못하게 급상승해 거기에 맞게 관계 부처가 함께 운용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고, 정부가 할 일 중 하나는 에너지 가격이 변동될 때 아무런 완충 장치가 없으면 경제에 주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도록 분기별 조정 폭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이어 "제도 운용 2년차이기 때문에 이후에 국제 에너지가격의 변동성 부분이 커지고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면 산업부가 개선 방향도 검토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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