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현대ENG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 나서나
정몽구·정의선 최대 5천억원 확보…글로비스 더하면 1조원 넘어
현대모비스 지분 대량 매입해 지배구조 단순화 나설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0)가 임박하면서 그룹의 '최대 난제'로 꼽혀온 지배구조 개편이 이번에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더해 앞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까지 더해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정 회장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 부자가 이를 그룹 지배구조 단순화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지닌 현대차그룹이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계기로 그 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 달 15일 코스피 시장 상장을 목표로 이날부터 이틀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천900∼7만5천700원이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이번 IPO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각각 534만주, 142만주 처분할 예정이다. 공모가 최상단 가격을 적용하면 매각 성공 시 정 회장은 4천억원, 정 명예회장은 1천원 가량을 확보한다.
여기에 이달 초 이달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매각해 약 6천100억원을 확보한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단순 계산으로만 1조1천1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이들 부자가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 지주사 역할을 할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 매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상속세 용도로 현금을 일정 부분 보유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순환 출자 구조에서 현대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가 되는데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은 0.32%에 불과하다. 이번에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일정 부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예상대로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 확보한다면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의 구조로 단순화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기아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현대모비스를 사업 부문별로 인적 분할한 뒤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개편안은 사모펀드 엘리엇이 분할합병 비율과 주가 조정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태다.
하지만 약 1조원이 살짝 넘는 금액만으로는 현대모비스 지분 대량 매입이 어려워 정 회장 부자가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 지분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나 현대오토에버[307950] 등 보유 지분 매각만을 통해서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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