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사도광산 한국 반발에 "역사문제 아베 내각 계승"

입력 2022-01-24 12:04
수정 2022-01-24 15:31
기시다, 사도광산 한국 반발에 "역사문제 아베 내각 계승"

국회서 "근거 없는 중상엔 의연히 대응" 답변

외무상, 세계유산 추천 관련 "종합적 검토" 되풀이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4일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한국 정부가 반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근거 없는 중상에는 의연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관련 질의에 "역사 인식과 관련한 문제는 저의 내각에서도 중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의 내각에서도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이후 체제를 계승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 홍보를 포함해 역사 문제에 확실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국인(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매우 개탄스러우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제출하는 기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공식 추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에서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 여부와 관련해 "무엇이 가장 (세계유산 등재에) 효과적인가라는 관점에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는 아니라면서 "사도 광산에 관한 한국 측의 (조선인 강제노동 관련) 주장은 일본 측으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측에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내에서 사실에 반하는 보도가 다수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계속해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경파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한국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 사태"라며 "반드시 2021회계연도(2021.4~2022.3)에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신청을 보류하면 (1910년) 한일합방에 의해 같은 일본인으로서 전시에 일본인과 함께 일하며 국민징용령에 근거해 임금 등을 받은 한반도 출신자(조선인)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태평양전쟁 기간 국가총동원령에 의해 일본인이나 조선인 모두 합법적으로 동원됐기 때문에 강제동원이나 강제노동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 측은 일제 식민지배 자체가 불법이며 식민지 조선인과 일본 국민의 동원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니가타(新潟)현에 있는 사도 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이 산출되던 곳이었다.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년) 이후 기계화 시설이 도입돼 근대 광산으로 탈바꿈했고, 태평양전쟁(1941~1945년) 기간에는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태평양전쟁 전후로 적어도 2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강제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곳이기도 하다.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일본 문화청에 제출한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서에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까지로 한정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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