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분리 후 생사도 몰랐던 형제, 75년 만에 상봉

입력 2022-01-24 10:47
수정 2022-01-24 16:22
인도-파키스탄 분리 후 생사도 몰랐던 형제, 75년 만에 상봉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 혼란스러운 이주 과정에서 헤어진 이후 75년간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형제가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상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키스탄인 형 사디크 칸(85)과 인도인 시카 칸(75)이 파키스탄의 한 시크교 성지에서 75년 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형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면서 두 나라로 갈라졌고 이후 서로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형 사디크가 인도-파키스탄 이산가족 상봉을 돕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이들이 만날 길이 열렸다.

시카는 스마트폰은커녕 전화조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었지만, 젊은 지인이 이 동영상을 시카에게 보여주면서 마침내 연락이 이어졌고 상봉까지 추진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양국간 불편한 관계 탓에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때마침 파키스탄 내 시크교 성지에서 열리는 종교 행사에 인도인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마침내 형제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됐다.

고작 6개월 때 형과 헤어지며 이후 고아가 된 시카는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야 자신이 왜 이런 신세가 됐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슬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들 형제는 인도-파키스탄 분리가 진행되던 1947년 인도의 외가 친척 집을 방문 중이었다.

당시는 영국이 인도에 대한 식민통치를 끝낸 직후였다.

갑작스레 인도 파키스탄 분리가 결정된 탓에 힌두·시크교도는 인도로, 이슬람교도는 파키스탄으로 옮기는 대규모 이주가 극심한 혼란 속에 이뤄졌다.

힌두·이슬람·시크교도 등이 서로 배척하고 싸우면서 이 시기 사망자만 20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형은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으로, 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으면서 결국 이산가족이 되고 만 것이었다.

더구나 혼란 속에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던 아버지는 인도 군인에게 사살됐고, 아버지를 따르던 형 사디크는 홀로 남았다가 난민촌에 합류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았던 시카도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해버려 천애 고아가 됐다.

이후 시카가 머물던 곳의 인도인 지주가 그를 거둬들여 가족처럼 키웠다고 한다. 시카에게 유튜브 동영상을 소개한 젊은 지인이 바로 이 지주의 손자다.

WP는 형제가 실제로 만나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인도, 파키스탄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2013년 개설된 이 유튜브 채널은 지금까지 인도-파키스탄 지역의 200여 이산가족의 상봉을 도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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