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실자산 처리 전문 국유기업 임원, 헝다 이사로 투입

입력 2022-01-24 10:36
중국 부실자산 처리 전문 국유기업 임원, 헝다 이사로 투입

채무·구조조정 앞두고 당국, 헝다 통제 강화 차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부실자산 처리 전문 국유기업의 임원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이사로 선임됐다.

헝다가 23일 밤 홍콩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6명의 사내이사 중 2명이 교체된 가운데 중국신다(中國信達)홍콩의 량썬린(梁森林) 회장이 새 이사 중 한 명으로 임명됐다.

헝다 내부 인사 2명이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그 중 한 자리에 외부 인사인 량 회장이 차지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쉬자인(許家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헝다 이사회가 유동성 위기 극복 차원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이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이사회에 국유기업 관계자를 직접 넣음으로써 헝다 사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교체된 2명의 이사 중) 량썬린의 신분을 더욱 주목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신다는 중국 국무원이 직접 만든 대형 자산관리회사로 부실자산 인수에 특화된 기관이다. 나라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 기업의 위기 처리에 투입되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산업은행과 일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중국신다는 향후 헝다의 채무·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우선 참여할 것이 유력시되는 기관 중 하나다.

중국신다는 이미 디폴트 이후 헝다를 사실상 이끄는 리스크해소위원회에도 참여 중인데 이번에 아예 법적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헝다는 지난달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 8천250만 달러(약 984억원)를 내지 못해 공식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헝다에 광둥성 정부 관계자들을 상주시키며 사실상 이 회사를 직접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먼저 헝다의 정확한 자산과 부채 규모를 가리는 정밀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나서 본격적인 채무·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1조9천665억 위안(약 37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 달러(약 23조원)가량이다.

본격적 채무·구조조정에 앞서 헝다 스스로 정상화가 어려운 개별 건설 프로젝트를 국유기업들이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 국유기업인 우쾅(五鑛)그룹 산하 우쾅신탁이 최근 윈난성 쿤밍(昆明)과 광둥성 포산(佛山)의 헝다 계열사 한 곳씩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장쑤성 쉬저우(徐州), 산둥성 옌타이(煙台) 등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제일재경이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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