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얻는 코로나 팬데믹 종식론…세계 곳곳 정점 지나는 중
유럽 '정점 지났다' 진단…WHO "재유행, 팬데믹 아닐 것"
미국 확산세도 꺾여…파우치 "일반 감염병으로 전락하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간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일찍 출현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세계 곳곳에서 확산세가 일제히 정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변이보다 전염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전례 없는 속도로 많은 이들을 감염시켰다.
광범위한 감염, 적극적 백신 보급에 힘입어 면역력을 지닌 인구의 비율이 높아진 까닭에 확산이 억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른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팬데믹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만 하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그는 유럽에서 올해 3월까지 전체 인구의 60%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고 연말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해도 팬데믹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WHO 유럽사무소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포함해 53개국을 관할하고 있다.
이 지역 누적 확진은 이날 현재 1억3천17만4천여 명인데 최근 일주일 확진이 무려 998만9천여 명에 이른다.
하루 신규확진은 지난 20일 170만 명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먼저 출현해 급격한 확산과 빠른 둔화를 거쳐 위기가 해소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사한 추세로 읽힌다.
AFP통신은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접종자에게는 기존 델타 변이보다 중증 위험이 일반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를 주목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계절독감처럼 변해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오랜 기대가 힘을 얻는다고 유럽의 현재 상황을 해설했다.
유럽과 함께 오미크론 변이의 상륙과 함께 신규확진이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올해 2월을 미국의 정점으로 예측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상황이 좋아 보인다"며 "지나치게 자신만만해선 안 되지만 지금 당장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동북부, 중서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미 정점을 지나 신규확진이 급감하고 서부, 남부에서도 정점을 향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낙관이다.
뉴욕타임스가 보건당국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코로나19 현황을 보면 미국 전역에서 하루 신규확진은 이달 14일 80만6천801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계속 급감하고 있다.
미국도 전파력이 세지만 백신 접종자에게 중증 위험은 떨어지는 오미크론 변이가 일찍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국가다.
인구가 3억3천500만 명 정도인 미국은 공식통계만 따질 때도 인구의 5분의 1 정도인 7천47만 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누적 사망자는 무려 86만5천여 명에 달한다.
유럽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파우치 소장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더라도 일반적인 독감처럼 통제할 수준일 것으로 기대했다.
파우치 소장은 "감염 수위가 '통제 영역' 아래일 것"이라며 "여기서 '통제'라는 것은 바이러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일반적 호흡기 감염병과 함께 묶일 정도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약화한 뒤 나타날 새 변이가 코로나19 팬데믹의 향후 성격을 규정할 변수로 본다.
파우치 소장은 "새로 나타날 변이가 사회를 파괴하거나 광범위하고 심각한 결과에 대한 공포를 자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그래도 최악 시나리오를 여전히 대비해야 한다"며 "정상으로 복귀한다는 의미에서 코로나19가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았던 수준으로 내려가길 바라는데 그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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