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서 '외교' 시작한 탈레반…'합법성 인정' 논란 가열(종합)
탈레반 "정부 인정 절차" vs 노르웨이 "공식 인정 아냐"
집권 후 첫 유럽 방문…미·프·영, 노르웨이 정부와 회동 예정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전명훈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고수하는 탈레반이 '외교' 무대에 처음 등장함으로써, 이들을 아프간 합법 정부로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탈레반은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아프간 여성 운동가, 언론인 등과 만나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탈레반은 24일 미국, 프랑스, 영국, 25일 노르웨이 등 서구권 국가와 연쇄 회담을 하고 국제사회에 미국 등에 동결된 자국 자산 100억달러(약 11조9천억원)에 대한 동결 해제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첫날 일정을 마친 탈레반 대표단 관계자는 AP통신에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로서 공식 인정받는 절차"라며 "이런 초청, 소통을 통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유럽·미국의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에는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AFP에 이번 회담이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를 평화로운 상황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이끌고 있다. 가장 폭력적인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아나스 하카니도 대표단에 합류한 상태다.
그러나 탈레반을 초청한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회담과 탈레반의 합법 인정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아니켄 위트펠트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은 앞서 21일 "탈레반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은 강조한 바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는 2001년부터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작년 8월까지 아프간 전쟁에 관여한 바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노르웨이 외무부 밖에서는 시위자 200여 명이 모여 탈레반과의 공식 회담을 추진한 노르웨이 정부를 비판했다. 탈레반은 아직 어떤 국가에서도 합법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20년 정도 살았다는 한 아프간 출신 시위자는 "탈레반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2001년에도 무도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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