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상징' 사지없는 5세 아이 가족과 이탈리아 정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폭격으로 다리 한쪽을 잃은 아빠, 신경가스 공격의 영향으로 사지 없이 태어난 아들.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상징하는 장애 아동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 정착하게 됐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5세 무스타파 알 나잘은 21일(현지시간) 아빠와 엄마, 누이와 함께 터키 이스탄불을 떠나 이탈리아 로마 참피노 공항에 도착했다.
아빠는 휠체어에 앉은 채 무스타파를 한쪽 팔로 안고서 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터키에 머물던 무스타파 가족의 로마행은 이탈리아 정부 측이 난민 자격을 인정하고 비자를 발급하면서 성사됐다.
이들은 피렌체와 가까운 중부 도시 시에나에 정착할 예정이다. 거주지는 가톨릭계 자선단체 '카리타스'가 제공했다.
두 부자의 가슴 아픈 사연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터키 출신 사진작가 메흐메트 아슬란이 작년 이탈리아 시에나 국제사진전에 출품한 '삶의 고난'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이다.
목발에 의지한 아빠가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려 서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최악의 삶의 조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두 부자의 처연한 모습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고,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됐다.
이 사진은 시에나 사진전에서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스타파의 아빠는 시리아 내전 중 폭격으로 다리 하나를 잃었고, 엄마도 무스타파를 임신해 있던 중 신경가스에 노출된 뒤 병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무스타파도 이 영향으로 사지가 없는 선천성 장애아로 태어났다.
이탈리아의 자선단체는 작년 말 무스타파 가족의 이탈리아 정착을 돕고자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이미 10만 유로(약 1억3천516만 원)가 넘는 기부금이 답지했다고 한다.
무스타파의 아빠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 머지않아 무스타파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고, 학교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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