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 시장 경쟁 격화…'재도전' 인텔, 투자 고삐
인텔, 24조원 들여 美 오하이오주에 공장 짓고 최첨단 반도체 장비 선점
TSMC·삼성전자와 '3강 구도' 되나…2024년 고객 확보 경쟁 치열해질 듯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철선 기자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놓고 글로벌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대만 TSMC의 독주 속에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각 업체는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만큼 향후 2~3년 뒤에는 파운드리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들여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약 1천에이커 부지에 두 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한다.
해당 부지는 총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가 1천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인텔은 밝혔다.
인텔은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착공했다.
인텔의 이런 투자는 계속되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 자사의 차세대 혁신 제품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서비스를 위한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규 오하이오 공장에서는 인텔이 생산하는 각종 프로세스와 칩뿐만 아니라 반도체 위탁생산도 진행된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수석 부사장 겸 사장인 랜디르 타쿠르는 "오하이오 공장은 '인텔 18A(옹스트롬)'를 포함한 인텔의 최신 기술을 지원해 '옹스트롬 시대'를 열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옹스트롬(100억분의 1m)은 0.1㎚(나노미터)를 뜻하는데 이는 지난해 3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카드다.
인텔은 지난 19일에는 2025년부터 적용할 인텔 1.8나노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인텔이 가장 먼저 최신 장비를 확보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작년 3분기 기준 TSMC가 53.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이 17.1%로 2위다.
대만의 UMC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각각 7.3%와 6.1%, 중국의 SMIC가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로 파운드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 인텔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당장 기술력 면에서는 차이가 큰 편이다.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5나노에 이어 3나노까지 이어졌지만, 인텔은 기술적 문제로 7나노에서 멈춘 상태다. 인텔은 5나노 중앙처리장치(CPU)는 TSMC에 외주를 맡겼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인텔은 이번 투자로 외주에 맡긴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데 주력할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도 재개해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CPU 시장에서 강자인 만큼 기술과 실력이 있는 회사"라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세공정 경쟁자가 기존의 TSMC 한군데에서 인텔까지 늘어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TSMC와 삼성전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조만간 70억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TSMC는 얼마 전 실적 발표에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440억달러(약 47조5천억∼52조3천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한다.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과 네 번째 생산라인 'P4' 착공도 예정돼있다.
박재근 학회장은 "2024년이 되면 미국에 파운드리 투자를 한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이 퀄컴과 엔비디아, 구글, 페이스북 등의 주문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인텔과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끼리 협력한다면 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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