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싱가포르서 여장남자 광고 논란…무슬림 반발에 내려
광고 삭제하자 "입장 고수했어야 했다" 비판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삼성전자가 싱가포르에서 드래그퀸(여장하는 남성 성소수자)이 출연하는 광고를 게시했다가 이슬람 단체의 반발에 삭제했지만, 이번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스마트워치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 영상을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광고에는 여러 출연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듣고 이에 반응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이 중에는 한 드래그퀸이 히잡을 쓴 자신의 어머니에게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을 다르게 보거나 판단하는 것, 여장하는 아들이 있는 것에 동요하지 않습니다"고 말하고, 이를 들은 어머니가 아들을 안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인물은 '바이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다.
이 광고가 공개되자 일부 이슬람 단체들을 중심으로 무슬림 공동체를 무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이드 단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보수적인 (싱가포르) 사회에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주류화시키려는 이념에 반대한다"며 "이는 말레이-무슬림 공동체 내의 화합을 방해한다"고 적었다.
무함메드 주하일리라는 사람도 자신의 SNS에 이 동영상이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 많은 혼란과 의문들을 불러일으켰다"고 적었다.
이처럼 비판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에 "이 동영상이 우리의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무신경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글을 올린 뒤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광고를 옹호하는 이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성소수자 옹호 단체인 '핑크닷 싱가포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담긴 삼성의 아름다운 광고가 보수주의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 삭제됐다"고 비판했다.
모리미라는 아이디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만약 이 광고가 법에 위배되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의 포용에 긍정적인 메시지라면 삼성전자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광고를 내리기로 한 삼성전자의 결정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삼성전자의 회사 선언에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광고에 출연한 바이라 바이러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짧은 영상을 통해 자신과 어머니는 잘 지내고 있다며 "그 영상은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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