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홀로코스트 부정 규탄' 만장일치로 결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만행을 왜곡·부정하려는 움직임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를 통과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독일이 제안해 상정된 해당 결의안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부정하는 행위를 배격하고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홀로코스트의 영향을 축소 혹은 두둔하거나 희생자 수를 낮춰잡고 대학살이 발생한 원인을 유대인에게서 찾으려는 등 나치 독일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모든 행위가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으로 간주한다고 유엔총회는 밝혔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에는 나치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와 집단학살 흔적 등을 보전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홀로코스트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체 리언데르츠 주유엔 독일대사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시는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날 위험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결의안 채택을 환영했다.
이와 별개로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늘어나는 작금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2차 세계대전과 나치 독일의 만행을 경험한 세대가 대부분 고령으로 별세한 틈을 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선 반유대주의와 신나치주의가 확산하는 추세다.
다만, 핵 문제 등으로 이스라엘과 각을 세워 온 이란은 해당 결의안과 관련해 자국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는 1933년 집권한 이후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을 단계적으로 강화했고 급기야 1941년부터는 유대인을 강제수용소에 몰아넣고 가스실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당시 유럽 전체 유대인의 3분의 2가량인 600만 명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역시 학살 대상이 된 슬라브족과 롬족 등을 포함하면 대략 1천100만 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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