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남방 포스트' 입지 흔들…한국기업 투자 2년째 급감
2019년부터 4천553건→2천786건→1천942건으로 하락
코로나에 위기 대응·방역 문제점 드러나 투자 심리 위축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신남방 정책의 핵심 포스트인 베트남에서 최대 투자국인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2년 연속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및 이를 계기로 드러난 현지 정부의 위기 대응 및 방역 정책의 문제점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4일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 베트남 총 투자 건수는 지난해 1천942건으로 재작년(2천786건) 대비 30.3% 줄었다.
재작년에는 전년과 비교해 38.9% 감소했다.
앞서 지난 2017년부터 3년간은 2천606건, 3천345건, 4천553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총투자는 신규 및 증액 프로젝트를 비롯해 M&A(인수합병)·주식 매입 등을 포함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신규 프로젝트 투자는 361건으로 재작년(609건)보다 40% 가량 줄었다.
반면 총투자액은 지난 2019년에 79억1천700만달러를 기록한 뒤 2020년에 39억4천900만달러로 반토막이 났으나 지난해 49억5천3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라인 증설 등 한국 기업들이 사전에 결정된 투자를 단행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2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총 21억5천만달러 규모의 증설 투자에 나섰다.
현지의 한국 기업들은 2년 연속 베트남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베트남 정부가 보여준 대응 방식의 문제점과 무리한 요구에 기업들이 등을 돌린 결과라는 지적도 도처에서 나온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4차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백신 조달이 여의치 않자 구매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기업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핸 매출 감소 등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백신구매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 SK, 롯데, CJ 등은 결국 베트남 중앙 정부 및 지방성 정부에 백신 구매비를 납부했다.
호찌민 등 공단이 몰려있는 남부 지역의 경우 공장 내에 직원들이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숙박 시설을 마련하라는 당국의 지침으로 인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베트남 정부의 과도한 방역 정책도 투자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예방 국가지도위원회는 입국 후 격리 기간을 2주에서 4주로 늘리는 내용의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수시로 본사에서 전문 인력이 들어와 공장을 가동하는 한국 기업들은 인력 운용에 큰 차질을 빚었다.
현재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입국 후 3일간의 격리를 거치면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향후 코로나 확산 여부에 따라 방역 조치가 대거 강화될 수도 있어 기업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6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19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7.4%가 베트남 정부의 방역 대책이 내년 신규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 경우 경영난이 가중된 한국기업들로서는 내년도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에 비해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작년말까지 누적금액 기준으로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다.
MPI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누적 투자액은 746억5천600만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18.3%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일본이 643억9천700만달러(15.8%), 싱가포르는 643억6천100만 달러(15.8%)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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