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이슬람 신성모독' 이유로 또 사형선고

입력 2022-01-20 15:56
파키스탄 법원, '이슬람 신성모독' 이유로 또 사형선고

당사자는 혐의 부인…"교제 원하다 거절당한 남성이 복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이슬람교 신성모독 혐의와 관련해 또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부 라왈핀디의 법원은 전날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무슬림 여성 아니카 아티크(26)에게 20년 징역형과 함께 사형을 동시에 선고했다.

아티크는 '불경스러운 내용'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혐의로 2020년 5월 체포됐다.

아티크는 왓츠앱을 통해 한 남성에게 예언자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를 보냈고, 페이스북으로도 다른 계정에 문자 등 관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권에서는 무함마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물론 얼굴을 그리는 행위도 신성모독으로 보고 엄격히 금한다.

특히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자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아티크는 자신도 무슬림이라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와 교제를 원하다가 거절당한 남성이 복수하기 위해 고의로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후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간 국제인권단체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인권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죄와 관련해 종신형이나 사형 등 중형 선고가 종종 나온다.

앞서 2018년 10월에도 신성모독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됐던 기독교도인 아시아 비비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에 보수 이슬람계는 판결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비비는 해외로 탈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도 신성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기독교인 부부가 1심 후 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무함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무슬림들이 한 스리랑카인을 집단 폭행하고 불태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현재 약 80명이 신성 모독죄로 수감됐다.

파키스탄 인구 2억2천만명의 97%는 무슬림이며 국교도 이슬람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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