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체제인사 나발니 "서방, 푸틴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입력 2022-01-20 15:39
러시아 반체제인사 나발니 "서방, 푸틴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러시아 반체제 인사로 잘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46)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미국 등 서방국의 대러시아 협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일 DPA 통신에 따르면 수감 중인 나발니는 전날 미국 시사잡지 '타임'의 커버 스토리에 실린 글에서 서방국이 푸틴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인사로, 모스크바에서 100㎞ 떨어진 포크로프 감옥에 1년째 수감 중이다.

그는 "미국 등 서방국이 푸틴의 터무니 없는 얘기를 무시하지 않고, 푸틴의 제안을 받아들여 달려가 회의를 열고 있다"며 "마치 상급생한테 괴롭힘을 당한 놀란 학생마냥"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안전 보장을 바라는 러시아의 요구로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열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나발니는 나토가 러시아 국경에 진을 치고 있는 것보다 푸틴 대통령은 권력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나라(러시아)와 엘리트 계층을 공고히 하기 위해 푸틴은 우리가 지금 보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실제 전쟁이나 가상 전쟁, 복합적인 전쟁, 또는 전쟁 끝에서의 대치 등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서방국의 제재 위협을 연계한 것은 개인적인 징벌 조치의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푸틴의 전략 중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이 밖에서 크렘린궁을 압박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러시아 내에서 크렘링궁에 압박을 가하면 푸틴 대통령 주위의 엘리트 집단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작년 1월 17일 귀국과 동시에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구속기소 된 나발니는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에 따른 집행유예형이 실형으로 전환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나발니는 또 글에서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자신을 방문해 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가 자신에 대해 조그마한 것까지도 자세히 알고 있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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