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 수장 "5G 혼란, 업계 몸담으며 본 최악의 실책"

입력 2022-01-20 14:49
에미레이트항공 수장 "5G 혼란, 업계 몸담으며 본 최악의 실책"

"5G 서비스 위험성, 개통 전날까지도 제대로 몰라"

특정 주파수 사용권의 거액 판매도 비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개통으로 항공사들이 항공기 운항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에미레이트항공의 수장이 "역대 가장 불량스럽고 무책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의 팀 클라크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오가는 국제선이나 미 국내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5G 서비스가 개통되기 전날 아침까지도 이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통신업체 AT&T와 버라이즌은 작년 12월 3.7∼4.2㎓대 주파수를 이용한 5G 중저대역 서비스를 개통하려 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항공기의 무선 고도계 등 항공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주파수와 인접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통신업체들은 약 1개월가량 개통 시기를 연기, 이날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공항 인근 송신탑에서는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안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운항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상황이다.

특히 5G 서비스는 장거리 운항에 투입되는 보잉777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항공사들은 보잉 777기를 다른 항공기로 교체하거나 운행을 취소하는 상황이다.

보잉 777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에미레이트 항공은 이날부터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11개 도시로 향하는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19일 오후에만 미국 내에서 300편이 넘는 항공기가 취소됐다.



클라크 회장은 "우리는 미국 안테나의 전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2배가 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5G 안테나가 약간 기울어진 형태가 아니라 수직으로 놓여 있어 무선 고도계뿐 아니라 비행 제어 시스템까지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는 전날 저녁에서야 부랴부랴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 회장은 또 "미국 정부는 모든 주파수 사용권을 많은 돈을 받고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파수를 판매할) 당시 누군가는 특정 주파수가 땅이나 비행장, 대도시 등에서도 사용된다는 것을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G 서비스가 중단되고 항공 시스템의 방해 문제가 사라지면 에미레이트 항공 서비스를 다시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상황에 대해 AT&T 대변인은 "우리는 약 40개국에서 항공 서비스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5G 서비스가 시행되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무능함에 좌절했으며 적기에 이 일이 해결되길 촉구한다"고 말하며, FAA에 책임을 돌렸다.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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