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국제사회 의식했나…소수민족 여성 사살한 대원 체포
유족에 위로금도 지급…국제사회 인정받으려 정상국가 지향 모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결혼식을 마치고 이동하던 소수민족 여성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탈레반 대원이 체포됐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인 모하마드 나임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 관련 가해자가 체포됐으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임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실수에 의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탈레반 내무부는 피해자 가족에게 60만아프가니(약 68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 13일 아프간 수도 카불 서부에서 결혼식 직후 이동하던 하자라족 여성 자이나브 압둘라히가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6일 카불에서는 일부 여성이 압둘라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아프간 주통치 세력인 파슈툰족(42%)과 탈레반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파슈툰족 등 다른 종족과 달리 하자라족은 시아파였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파슈툰족이며 아프간 인구의 90%는 수니파로 분류된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 하자라족을 대규모로 학살했고 고향에서 내쫓았다. 수만 명은 산중 은신처로 쫓겨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 후에도 탈레반 정부의 인권 존중 약속과 달리 지방에서는 하자라족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교육, 외출, 취업 등에서 제약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탈레반 정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대원 체포에 나선 것은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사라주딘 하카니 탈레반 내무부 장관 대행도 카불 지역의 탈레반 사령관에게 전 정부군 등에 대해 보복하지 말라면서 최고 지도자 물라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발표한 사면령을 준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탈레반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인정에 이은 본격적인 해외 원조, 동결된 해외 보유자산 해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탈레반은 아직 어느 나라로부터도 정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내각 중 상당수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탈레반이 공표한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테러리즘 근절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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