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오르면 어린이 건강도 위험…응급실 방문 증가"
미 연구팀, 전국 47개 아동병원 응급실 환자 400만명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후변화로 여름철 이상 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미국 전역의 병원 응급실을 찾는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환자가 기온이 높은 날일수록 크게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보스턴아동병원 에런 번스타인 박사팀이 2016∼2018년 늦봄부터 여름까지 전국 47개 어린이병원 응급실을 찾은 18세 이하 환자 400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NYT는 어린이는 어른과는 다른 체표면적과 체지방 구성, 수분 처리 등으로 고온으로 인한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이 연구는 고온 어린이와 청소년 등 취약층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의 응급실 방문 중 12%가 기온 상승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사병이나 열사병 같은 열 관련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의 3분의 1, 그리고 세균성 장 감염의 4분의 1도 원인이 더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번스타인 박사는 여름철 증가하는 감염 질환의 일부는 고온일 때 나타나는 사람의 행동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증가하는 귀 감염이나 나들이 등 외부 활동 시 냉장 보관되지 않는 음식을 먹어 발생하는 세균성 장 감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이 연구에서는 어린이 건강관리에서 불평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온으로 인한 세균성 장 감염 발생률이 백인이 아닌 어린이와 저소득층 공공 의료보험 수혜자가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폭염과 기온 상승이 더 잦아지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온이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성인만큼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고온은 어린이의 혈액, 면역, 신경계 질환을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버드 T.H.챈 공중보건대학원 프란체스카 도미니치 박사는 "기후변화 탓에 극단적인 더위가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며 "어린이가 이런 기후 변화 위험에 얼마나 민감한지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온으로 인한 질환이 어린이의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의사와 부모가 어린이의 고온 질환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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