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판매 중단' 보험사들, 고객 상품 전환 외면해

입력 2022-01-20 07:56
수정 2022-01-20 10:36
'실손보험 판매 중단' 보험사들, 고객 상품 전환 외면해

판매중단 14개 보험사 중 10개, 전환용 상품 제공 안해

50대이상, 해지후 타보험사 가입 힘들어…할인 적용 못받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대규모 적자를 내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 가운데 기존 가입자들의 상품 전환을 외면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신규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 14개 가운데 전환용 '4세대' 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ABL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082640], KDB생명 등 4개뿐이다.

나머지 10개 보험사는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은 기존 가입자를 위한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AXA손해보험, AIG손해보험, KB생명보험 등은 4월까지는 전환용 상품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나머지 보험사는 공급 시기가 불투명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실손보험을 개편하면서 판매 중단 보험사도 전환용 상품을 준비해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1~3세대 가입자들이 원하면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개편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 대부분이 현재까지 전환용 상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보험료 부담으로 갈아타기를 원하는데도 가입 보험사에서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기존 가입자는 1~3세대를 해지하고 4세대를 취급하는 다른 보험사에 신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새 실손보험 가입 심사가 까다로워져 50대 이상은 받아주지 않거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해 신규 가입이 어렵다.

타사 4세대 상품에 신규 가입을 하더라도 올해 6월까지 전환자에게 보험료를 1년간 50% 깎아주기로 한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전환 할인은 같은 회사 내에서 전환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가 전환을 원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4세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험사에 전환용 상품 개발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환을 못 해 해지를 하거나 할인에서 배제되는 등 소비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4세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전환 현황을 주 단위로 점검하고, 실적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가입자가 다른 회사에 가입하는 경우 신규 가입이 아닌 전환용 심사를 적용해 문턱을 낮추는 등 소비자의 불이익을 막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