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기지국 의무설치 외면하던 이통3사, 작년말 무더기 신고(종합)
2년 반 동안 437개였다가 작년 12월 한 달만에 1천677개
양정숙 의원 "정부·이통사, 국민 권리 무시한 꼼수로 위기 모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동통신 3사가 5G 주파수를 받을 때 약속한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의무를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작년 말 정부가 이행 기준을 완화한 데 맞춰 무더기로 설치 계획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파수 할당 취소를 피하도록 해 주려는 정부의 봐주기에 편승해 이통사들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이통 3사가 설치하겠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신고한 28㎓ 기지국은 1천677개로 집계됐다.
이통사들이 2018년 5월 주파수 할당 당시부터 2021년 11월까지 2년 6개월간 28㎓ 기지국 설치 신고 건수는 437개에 불과했으나, 불과 1개월만에 무려 4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앞서 이통 3사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021년 말까지 28㎓ 기지국을 총 4만5천개 구축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이 시점까지 실제 구축 완료 수량이 의무 수량의 10%인 4천500개에도 못 미치면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도록 되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통 3사가 준공을 완료한 28㎓ 기지국은 총 138개로 의무이행 기준 대비 이행률이 0.3%에 불과해 주파수 할당 취소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막판에 기준을 바꿔 이통사 봐주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0일 이행점검 기준 확정 발표에서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가 지하철에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한 기지국을 사별로 중복으로 세어 주기로 했다. 즉 공동구축 기지국 1개를 3개로 쳐 주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이 기지국을 실제로 설치하지 않고 연말까지 계획 신고만 해 놓으면 일단 실적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투자비를 아끼려고 일부러 늑장을 부리면서 과기정통부의 기준 변경을 유도해 주파수 할당 취소를 모면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작년 말까지 신고된 기지국의 실제 구축 여부를 점검하는 시점을 올해 4월 30일로 정했으므로, 이통사들은 연말에 신고만 해 놓고 설치는 천천히 하기로 작정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면서 소비자 혜택 증대는 외면하고 수요예측 실패 책임 회피와 투자비 축소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정숙 의원은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가 국민의 권리는 무시한 채 눈가리고 아웅식 꼼수로 위기 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과기정통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통신서비스 복지를 위해 올바른 28㎓ 5G 서비스 정책 방향과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할당 공고대로 올해 4월 30일까지 의무이행이 미흡할 경우 할당 취소 등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지국 의무 구축 수량은 기존 재할당 사례와 사업자 건의, 장비 설치 및 운영 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설 신고 후 올해 4월 30일까지 준공하면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할당 공고를 변경하거나 이행점검을 유예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공동 구축 기지국을 의무 구축 수량으로 인정한 것은 국민에게 무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자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28㎓ 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 구축과 실질적 수요가 필요한 만큼 효과적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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