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노린 드론 정밀타격에 또다시 등장한 이란 배후설

입력 2022-01-19 11:09
수정 2022-01-19 11:10
UAE 노린 드론 정밀타격에 또다시 등장한 이란 배후설

이란 지시라면 핵합의 복원 협상, 중동 화해무드에 '악재' 될 수도

CNN "중동 긴장이 위험한 전환점 맞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본토의 공항과 원유 시설을 드론으로 직격한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중동의 긴장 상태가 '위험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CNN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차질이 예상되고 최근 중동에서 조금씩 싹트는 대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는 UAE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아부다비 석유공사 원유 시설에 소형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예멘 반군이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만큼 이란이 이 공격을 지시 또는 관여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공격이 이란의 지시였다면 당연히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질 거라는 관측이 많다.

CNN은 이에 대해 "모른다"면서도 "우리가 아는 것은 드론이 아마도 이란에서 공급됐을 것이라는 점, 이란이 예멘 반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원유 정제시설에 대한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 뒤 이란으로 눈길이 쏠렸다. 이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NN은 반군이 이란의 지시 없이도 과감한 공격을 감행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란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경쟁국에 꾸준히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란이 최근 중동의 갈등 완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내왔다고 CNN은 덧붙였다. 실제 이란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UAE로부터 공식 방문 요청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받았다고 한다.

이란이 예멘 반군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중동 지역 내의 상대국에 꾸준히 화해의 제스처를 낸다면 UAE 공격의 여진이 멈추고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서방과 중요한 협상 국면에서 이란은 중동 내 친이란 '대리군'을 통해 도발을 감행, 역내 안보 상황을 자신이 좌우한다는 존재감을 과시하곤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예멘 반군의 공격은 막바지에 다다른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이란 특유의 '외교·군사 복합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CNN은 또 이번 공격으로 UAE로선 이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안정성'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UAE는 수십 년 동안 다른 중동 국가의 갈등에서 한 발 떨어진 채 탄탄한 안보를 갖췄다는 점을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워 중동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막대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가파른 성장을 누렸다.

그러나 예멘과 국경을 맞대지 않는 UAE에서, 그것도 수도 핵심 지역이 공격받음으로써 이런 UAE의 장점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예멘 반군은 '비대칭 전력'인 드론으로 짧은 거리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목표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이 지역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멘 사나의 전략연구센터 마게드 알마다지 센터장은 "최근 UAE가 예멘 반군에 맞서 병력을 투입했는데, 이것이 반군을 자극했을 것"이라며 "반군이 UAE의 안정성·안보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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