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살인 고백' 나이키 임원, 피해자 가족 만나 용서 구해
57년만의 만남서 장학 지원 약속…유족 "더 적극적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0대 시절 살인 사실을 고백한 래리 밀러(72) 나이키 조던 회장이 뒤늦게 피해자 유족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밀러 회장은 자신이 16살 때 살해한 피해자의 유가족을 최근 두 차례 만나 사과하고 피해자의 이름으로 된 장학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1965년 당시 비행 청소년의 삶을 보냈던 밀러는 자신의 친구가 라이벌 갱단에 의해 살해되자 보복하려는 과정에서 무고한 인물인 18세 소년 에드워드 화이트를 살해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봉변을 당한 화이트는 끝내 결혼이 예정된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남겨두고 눈을 감았다. 밀러 회장은 살인죄로 4년 반 동안 복역했고, 관련 내용은 이후 출간된 그의 자서전 '점프: 거리에서 이사회실까지의 비밀 여정'에도 담겼다.
이후 57년 만에 밀러 회장은 화이트의 누나와 아들, 딸을 만났다.
올해 84세인 고인의 누나 맥은 지난달 17일 회동에서 밀러 회장의 범행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밀러 회장이 계속해서 사과를 건넸고 이따금 눈물을 보였다고 NYT에 전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화해의 포옹을 하기도 했다.
딸 아를린(55)은 밀러 회장에게 읽어준 편지에서 "이제서야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세히 알게 되니 일생에 아버지를 두 번 잃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후 이달 13일 이뤄진 두 번째 만남에서는 화이트의 이름으로 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화이트 후손 등의 대학 진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아를린은 "장학재단은 우리 가족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행을 촉구했다.
밀러 회장은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화이트의 이름이 숨 쉬고 지역 구성원들에게 유익하고 긍정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은 작년 10월 밀러 회장이 과거 범행을 고백한 현지 스포츠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피해자 유가족이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성사됐다.
유가족은 대면 만남에서 밀러 회장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초기 대응에는 여전히 실망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밀러 회장이 당시 인터뷰에서 유가족에게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자서전에서는 피해자를 '또 다른 흑인 소년'으로만 표기할 뿐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아를린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밀러 회장이 언론 인터뷰와 책 출간에 앞서 화이트 유족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밀러 회장에게 있어 자신들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유족 변호사는 "유족들은 이 모든 것에 대해 밀러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밀러 회장이 하겠다고 하는 것을 확실히 지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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