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에 6년 피랍' 콜롬비아 베탕쿠르, 20년 만에 대선 재출마
2002년 대선 후보 때 FARC에 납치돼…"20년 전 시작한 일 끝낼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20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반군에 납치돼 6년간 억류됐던 콜롬비아 정치인 잉그리드 베탕쿠르(60)가 올해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선언했다.
베탕쿠르는 18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2년 시작했던 일을 끝내려고 한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고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녹색산소당 소속 베탕쿠르는 일단 오는 3월 중도연합 경선을 먼저 치른 후 승리할 경우 5월 대선 1차 투표에 나서게 된다.
베탕쿠르는 콜롬비아의 아픈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장관·외교관을 지낸 아버지와 미인대회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탕쿠르는 프랑스 남성과의 결혼으로 프랑스 국적도 갖고 있다.
이혼 후 콜롬비아로 돌아와 정치에 뛰어들었고 1994년 하원의원, 1998년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어 2002년 부패와 폭력 척결 등을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했으나, 지방 유세 중에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고 이후 무려 6년간 아마존 밀림 속에서 FARC의 인질로 지냈다.
반군은 베탕쿠르가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속 사슬로 나무에 묶어두기도 했다.
베탕쿠르는 2008년 7월 군사작전을 통해 다른 인질 14명과 함께 극적으로 구출됐다.
영화와도 같은 극적인 피랍 스토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콜롬비아 평화 정착의 필요성을 널리 알린 베탕쿠르는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구출 후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대신 프랑스에 주로 머물던 그는 지난해 콜롬비아로 돌아와 대선을 준비해왔다.
이날 베탕쿠르는 "내 이야기는 모든 콜롬비아인의 이야기"라며 "나와 동료들의 목에 사슬이 감긴 동안 콜롬비아인들은 부패, 폭력, 불평등의 사슬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콜롬비아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베탕쿠르의 출마는 4개월여 남은 콜롬비아 대선에 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반 두케 현 중도우파 정부의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 전 보고타 시장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