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T&T·버라이즌, 항공사 반발에 공항 주변 5G 개통 연기
5G와 항공기 주파수대역 인접…항공업계 "비행안전 위협"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항공기 운항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항 주변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개통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이통사 AT&T와 버라이즌은 18일(현지시간) 일부 미 공항 인근의 송신탑에서 5G 서비스를 개시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이들 이통사는 당초 19일부터 이들 지역에서 5G를 개통할 계획이었다.
논란의 원인은 5G 중저대역 서비스인 'C-밴드(대역)'에 쓰이는 주파수가 현대식 항공기의 핵심 기기에 쓰이는 주파수 대역과 나란히 맞붙어 있다는 점이다. 항공 업계를 관장하는 미 연방항공청(FAA)은 5G가 무선 고도계처럼 이 주파수를 쓰는 항공기 장비들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AT&T와 버라이즌은 일부 공항 활주로 인근의 송신탑 가동을 연기하기로 한 결정이 자발적인 재량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예정된 5G 개통을 앞두고 2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FAA와 항공업계가 책임감 있게 이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미 약 40개국에서는 항공 서비스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5G를 개통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5G 중저대역 서비스는 3.7∼4.2㎓대 주파수를 이용한 5G로, 이동통신 업계는 이 대역이 초고속 통신을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제공할 수 있는 '골디락스'(Goldilocks·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 주파수'라고 부르고 있다.
AT&T와 버라이즌은 이 대역 주파수 사용 면허를 확보하는 데 총 670억달러(약 79조9천억원)를 지불했다.
이에 앞서 항공사들은 공항 주변에 5G가 개통되면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의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맨눈으로 활주로를 보기 힘든 저(低)시정 상황에서의 운항이 불가능해지고 항공편을 회항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백악관도 이날 정부 기관들이 이통사, 항공사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기 운항 안전을 보장하고 차질을 최소화하는 5G 해법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인도의 주요 항공사와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날 19일부터 미국행 항공편을 일부 취소한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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