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반군, UAE 국제공항 드론 공격…두바이 체류 문대통령 안전(종합3보)

입력 2022-01-18 04:47
수정 2022-01-18 22:02
예멘반군, UAE 국제공항 드론 공격…두바이 체류 문대통령 안전(종합3보)

당국 "원유시설서 3명 사망·6명 부상"…반군, 추가 공격 경고

UAE 정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복수 천명…중동 지역 긴장 고조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국제공항과 석유 시설이 17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는 이날 공격을 인정하면서 추가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중동의 경제 중심지이자 인근 국가에 비해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UAE의 본토 피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UAE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국영 석유시설 피해



UAE 국영 WAM 통신은 이날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원유 시설에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부다비 경찰은 성명을 내고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무사파 공업지역 내 시설 3곳과 아부다비 국제공항 내 신축 건설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초기 조사 결과 화재 발생 장소 인근에서 소형 항공기 부품들이 발견됐다"면서 "무장 드론으로 이들 시설에 폭발과 함께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폭발로 석유시설에서 일하던 인도인 2명과 파키스탄인 1명이 숨지고, 다른 근로자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ADNOC은 성명에서 "오전 10시께 무사파 공업지역 연료 저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동료 3명이 숨진 것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무사파 공업 지역은 아부다비 도심에서 약 22㎞ 떨어진 곳에 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폭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국영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을 인용해 이날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의 항공기 운항이 한때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UAE 방문 중에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100여㎞ 떨어져 있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 개막식 기조연설 등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반군 후티는 UAE 영토의 민간 시설을 공격했다"면서 "그들을 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복수를 천명했다.

이어 "UAE는 테러 행위와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예멘 반군, UAE·사우디 동시 공격…추가 공격 경고도

예멘 반군은 이날 UAE에 대한 공격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아흐야 사레아 반군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UAE 깊은 곳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고 썼다.

공격 후 사레아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5발과 다수의 무인기를 이용해 UAE의 민감한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설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지난 13일 예멘 반군은 UAE의 내전 개입을 비판하면서 적대 행위를 계속한다면 중심부를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군의 지도조직 최고정치위원회 무함마드 알부하이티 정치국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UAE는 예멘에 대한 공격 행위를 중단하려고 노력해왔으나, 불행하게도 최근 다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UAE는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동맹군에 참여하지만, 2019년부터 병력 규모를 감축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반군의 UAE 선박 나포 사건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됐다.

반군은 "UAE 선박이 군사 장비를 싣고 있었으며, 이는 예멘 국민의 안전과 안정을 해치기 위한 적대 행위"라고 규정했다.

외신들은 지난 3일 예멘 반군이 UAE 국적 선박 르와비호 나포한 뒤 예멘의 샤브와 지역 전투가 격화됐다고 전했다.

예멘 반군은 샤브와 지역 전투에 UAE 병력이 다수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사우디는 이날 반군이 점령한 사나 공항에서 다수의 무인기가 출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들 중 사우디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 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 이례적 UAE 본토 공격…"중동 내 분쟁 더욱 격화할 가능성"

예멘 반군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와 주요 공항, 정유시설을 종종 공격해 왔다. 하지만, UAE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드문 일이다.

2018년 예멘 반군은 아부다비 국제공항을 무인기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UAE 당국은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의 UAE 원유 시설 공격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리스크 컨설팅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토르키오른 솔트베트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세계 원유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이 진행되고, 협상 시한이 다가올수록 중동 지역의 안보 환경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파와즈 게르게스 중동정치학 교수는 "최근 1년간 예멘 내전은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면서 "사우디와 UAE가 대화하고 있지만, 지정학적·전략적 경쟁 관계를 완화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사우디와 바레인은 이날 공격과 관련해 '비겁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촉발된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를 37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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