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사회'…백신 의무화에 쪼개지는 유럽 국가"

입력 2022-01-17 11:55
수정 2022-01-17 13:06
"'한 나라 두 사회'…백신 의무화에 쪼개지는 유럽 국가"

스위스·프랑스·오스트리아 등 강제…'사회 배제' 불만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최근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각국이 고육지책으로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상당수 국가는 접종을 강제하는 백신 패스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들 국가는 백신에 반감을 드러내는 반발에 직면해 있다.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우리는 현재 두 계층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럽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소수 집단이 배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시위에 참가하게 된 스위스와 프랑스 시민을 각각 소개하며 백신 접종자에 비해 소외받고 있는 미접종자를 집중 조명했다.

슈퍼마켓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니컬러스 리몰디는 그동안 시위에 참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그를 거리로 떠민 것은 스위스 정부의 백신 패스 정책이었다.

그는 백신을 맞지 않기로 선택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게 되는 등 사실상 공공 생활에서 배제됐기 때문이었다.

스위스는 작년 9월부터 백신 패스가 없는 시민의 실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는 "나처럼 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은 더는 사회 일원이 아니다"라며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대거 가입한 백신 패스 반대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한꺼번에 몰려가 방문하는 등 정부 방역 조치를 공공연히 어기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그는 "불법인 건 안다"라면서도 "근데 우리 관점에선 백신 증명서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스위스 국민 상당수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지지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의 백신 패스 관련 법은 작년 11월 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62%의 찬성을 얻었다.

스위스(인구 877만명)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 기준 68.4%로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유명 프랑스 수학자 브루노 쿠르셀도 코로나19를 전후로 삶이 크게 바뀌었다.

최근 백신·봉쇄 반대 시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과 입장이 다른 주변 가족, 친구, 동료들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셀은 자신의 시위 참여를 이해 못 하는 일부 친척과는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인구 78%가 백신 접종을 마친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 보건증명서를 백신증명서로 강화하는 법안은 이날 하원을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날 파리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을 성가시게 만들겠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유럽 최초로 내달부터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의무화하는 오스트리아에서도 백신 의무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전날 시민 2만7천여 명이 수도 빈 중심가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현지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백신 의무화에 응답자의 51%가 반대해 찬성(45%)보다 높게 나왔다.

수잰 석스 스위스 루가노 대학교 교수는 CNN에 "어떤 사람들은 자유에 대해 매우 왜곡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 개인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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