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으니 차 보험료 내려라" vs "4년 만에 흑자"

입력 2022-01-16 07:19
"실적 좋으니 차 보험료 내려라" vs "4년 만에 흑자"

소비자단체 "성과급 예고하면서 보험료 인하에 부정적" 비판

손보업계 "3년 연속 적자 후 일시적 소규모 흑자" 당혹

당국 "코로나 장기화 고려해 합리적 판단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새해 들어서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대폭 올리기로 했으니 흑자인 자동차 보험은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3년 연속 적자에 이은 '쥐꼬리' 흑자에 불과하고 올해 비용 증가를 앞두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사들이 금융당국과 보험료율 협의를 앞두고 인하 주장이 대두하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보험업계가 적자를 이유로 올해 실손보험료를 평균 14.2%나 올렸는데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흑자를 거둔 데다, 손보사들의 실적도 대폭 개선돼 보험료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요 손해보험사는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예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금융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업계가 적자인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올리면서 흑자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하에는 부정적이면서 그 실적으로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보험료율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면서도, 보험업계의 '합리적' 결정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며, 작년에 흑자가 예상되고 올해도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점을 고려해 업계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는 가격 문제로 시장 자율의 영역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친다.

[표] 연도별 자동차보험 경영 실적

┌───────┬────┬──────┬─────┬────┬──────┐

│ │ 2017 │2018│ 2019 │ 2020 │ 2021(잠정) │

├───────┼────┼──────┼─────┼────┼──────┤

│흑·적자 규모 │ 256│ -7,237│ -16,445│ -3,799│ 2,800│

│(억원)│││ │││

└───────┴────┴──────┴─────┴────┴──────┘

※ 자료: 손해보험업계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이 3년 연속 적자 후 '소규모' 흑자를 거둔 것이라며 보험료 인하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동차보험은 2017년 256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2018년 7천23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6천445억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 1월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 규모가 3천799억원으로 축소됐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이동량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해 자동차보험도 2천800억원가량 흑자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자동차보험료 수입 20조1천억원와 비교하면 이익률은 1.4% 수준이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작년 11∼12월에는 각사의 손해율이 다시 상승했다.

4대 주요 손보사의 12월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이 87.0~94.0%로 치솟았고, AXA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은 100%를 훌쩍 넘겼다.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 80%선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작년 12월 정비수가가 인상돼 정비업계와 협상에 따라 올해 정비 비용도 증가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흑자는 규모가 크지도 않고 그나마 코로나19의 영향"이라며 "물가 상승이 심각하다고 해도 조급하게 보험료율 인하를 유도한다면 무리한 행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손보험료와 자동차 보험료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료를 올려줬으니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라는 논리는 각 보험단위로 수지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보험의 원리에 맞지도 않고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 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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