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파리에서도 美 외교관 '아바나 증후군' 추가 확인

입력 2022-01-13 23:27
제네바·파리에서도 美 외교관 '아바나 증후군' 추가 확인

일부 외교관 치료 위해 귀국…블링컨 "발병원인 파악 최선"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해외에 근무하는 미국 외교관과 가족 사이에서 발병한 '아바나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유럽에서도 추가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파리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계 질환을 앓았다고 보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현기증과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2016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처음 보고된 뒤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750건이 신고됐다.

아바나 증후군 발병 원인으로는 러시아 등 적대관계인 국가들이 고의로 미국 외교관의 거주지에 극초단파 공격을 했다는 가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WSJ은 10여 개 이상의 국제기구가 위치한 제네바의 경우 최소 3명 이상의 외교관이 이 증상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이 중 일부는 치료를 위해 본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에서도 아바나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해 대사관 간부가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선 적대적 국가의 공격이라는 설 외에도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기능성 장애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수사기관을 동원해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에 나섰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외교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바나 증후군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제네바와 파리에서 발생한 아바나 증후군에 대한 질문에 "현재 미국 정부는 아바나 증후군이 정확히 무엇인지, 배후세력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미국 정부 기관들이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