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형제애 느끼고 눈감은 98세 콜롬비아 참전용사
알바로 리카우르테, 방한 중 지병 악화해 치료받고 귀국 후 별세
유족 "병 치료와 장례식까지 신경쓴 한국 정부에 감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해 한국 방문 도중 지병이 악화해 한국의 병원에서 치료받고서 귀국한 콜롬비아 참전용사가 세상을 떠났다
12일(현지시간) 주콜롬비아 한국대사관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참전용사 알바로 리카우르테 곤살레스 씨가 지난달 30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군 병원에서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리카우르테 씨는 1939년 해군에 입대해 1952년 12월부터 1954년 5월까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맞아 보훈처의 초청으로 참전 67년 만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참전용사 18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고령과 지병으로 장시간 여행이 쉽지 않았지만 "이번 생애 마지막 기회"라며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방한이 성사됐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한·콜롬비아 우호기념비 설치도 지켜보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지병인 담낭결석 등이 악화했다.
보훈처는 곧바로 리카우르테 씨를 대전보훈병원과 충남대병원으로 옮겨 수술과 치료를 받게 했고, 몸 상태가 호전되자 그는 40여 일 만인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전보훈병원 간호사 2명과 보훈처 직원이 귀국길에 동행했다. 경유지인 미국에선 주콜롬비아 한국대사관의 지원 속에 에어앰뷸런스로 보고타로 이동했다.
의식이 있는 채로 보고타 군병원에 입원해 계속 치료받았지만 리카우르테 씨는 결국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2일 수도 보고타의 군 병원에서, 이어 4일 고향 바랑키야에서 가족, 전우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영면에 들었다.
콜롬비아 해군이 엄수한 보고타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서현수 주콜롬비아 국방무관은 "고인의 아들 마누엘 리카우르테 씨는 아버지의 치료를 돕고 장례까지 신경 쓴 한국 정부에 깊은 감사를 표시하며 아버지가 참전용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드러내셨다"고 전했다.
또 장시간 여행으로 기력이 쇠하긴 했지만 소원이던 한국 방문을 이룬 고인은 생전에 여한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방한해 치료 과정을 지켜본 마누엘은 방한 중 보훈처에 "한국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따스한 형제애를 보여줬다"며 한국서 받은 지원이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사관에 따르면 당시 함께 방한했던 마르타 루시아 라미레스 콜롬비아 부통령도 고인의 치료과 본국 이송 등에서 우리 정부의 조치에 고마움을 전하며 "친구를 절대 버리지 않는 한국의 모습이 귀감이 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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