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아들 대선 완주할까…'출마 자격' 17일까지 결정

입력 2022-01-12 17:10
수정 2022-01-12 19:50
필리핀 독재자 아들 대선 완주할까…'출마 자격' 17일까지 결정

시민단체들, 마르코스 '탈세 유죄' 거론하며 선관위에 반대 청원

작년말 여론조사 압도적 1위…"깎아내리려는 선동" 반박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올해 필리핀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인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아들의 대선 행보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7일까지 대선 후보인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출마 자격 여부를 심사해 발표한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필리핀의 시민단체들은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선관위에 잇따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청원서에서 마르코스가 수십년전 탈세 혐의로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선관위에 제출된 이같은 내용의 청원은 최소 8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는 지난 1995년 법원에서 탈세 혐의가 인정됐고 이어 2년 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필리핀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으면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마르코스는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마르코스 측은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청원에 대해 그를 깎아내리려는 선동이라고 반박해왔다.

로웨나 관존 선관위원은 "오는 17일이나 이전에 1부에서 결정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2부도 마르코스의 출마를 반대하는 다른 청원들을 심의중이다.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올해 64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선거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현재 신사회운동당(KBL)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부통령 후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마르코스는 지난해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수위를 차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해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20%로 뒤를 이었고,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과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은 각각 8%로 동률을 기록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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