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류 오미크론 노출은 시간문제? 전문가 우려 속출(종합)

입력 2022-01-12 16:23
수정 2022-01-12 16:56
전인류 오미크론 노출은 시간문제? 전문가 우려 속출(종합)

WHO "유럽인구 절반 감염"…파우치 "거의 모두 찾아간다"

올해 1∼2월 30억명 감염 예측…전문가 "백신으로 버티자"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에 결국 전 인류가 노출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은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향후 6∼8주 안으로 유럽지역 인구의 50% 이상이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WHO 유럽사무소는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함해 53개국을 관할하고 있다.

클루게 소장은 이들 국가 가운데 50개국에서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데다가 전파력도 기존 변이보다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WHO는 새해 첫 주에 유럽 내 오미크론 신규확진 건수는 700만 건 이상에 달해 불과 2주 만에 2배 넘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클루게 소장은 "유럽 지역 내에서 26개국은 매주 인구의 1%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대 IHME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한 자체 모델분석을 통해 올해 1월 중순께 하루 신규확진자가 3천500만명씩 쏟아져 정점을 이루며 1∼2월 30억명 가량이 새로 감염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 같은 숫자는 작년 12월 기준 전 세계 총인구 약 79억명의 약 40%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의 최고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특출하고 전례 없는 전염 효율성을 가진 오미크론이 궁극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도 오미크론 변이의 백신 회피력과 전파력, 그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할 방안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을 맞은 사람, 그리고 백신을 맞고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맞은 사람도 (오미크론에) 노출될 것이고 이들 중 일부, 어쩌면 많은 이가 감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막기는 어렵지만 그 피해를 백신접종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파우치 소장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입원하거나 사망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상당히 잘 버틸 가능성이 크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심각한 면모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백신을 접종하면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감염을 당하더라도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나아가 면역력을 증강하기 위한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으면 감염뿐만 아니라 중증예방 효과가 더 커진다.



학계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가 감염시킬 사람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의 엔데믹(국지적 전염) 전환 가능성으로 주목된다.

미국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 컨소시엄 책임자인 로런 앤설 메이어스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그 기점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언젠가 글로벌 위협에서 벗어나 훨씬 더 관리하기 쉬운 질병으로 옮겨갔다고 선을 그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먼저 확산한 영국에서 이미 정점이 지났고 미국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6천700만명가량인 영국에서 하루 평균 신규확진은 이달 초 20만명까지 치솟았다가 지난주 14만명 정도로 집계됐다.

미국 워싱턴대는 모델 분석을 통해 미국 내 하루 신규확진이 오는 19일 120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가 약 3억3천500만명인 미국에서는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확진자가 73만8천명 정도씩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기대해 방역태세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백신 미접종자나 고령층 등 코로나19 취약층이 여전히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중환자실 등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면 공중보건 위기가 전방위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코로나19를 엔데믹(국지적 전염병)으로 판정하기엔 여전히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엔데믹처럼 활동하기 전에 엔데믹이 된 것처럼 대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재닛 우드콕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대행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비슷한 경고를 내놓았다.

우드콕 국장대행은 미국에서 대다수가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다면서 초점은 병원과 필수 서비스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현상이 진행되는 동안 병원이 계속 작동하고 교통이나 다른 필수 서비스가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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