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뚫고 인도찾은 통상본부장 "협상 어려운 나라라 직접 와"

입력 2022-01-12 12:00
코로나뚫고 인도찾은 통상본부장 "협상 어려운 나라라 직접 와"

뉴델리 신규 확진 2만명 폭증세 속 4시간 통상장관회담

"핵심 파트너란 메시지 주고 모멘텀 살리고 싶어"

CEPA 개선 협상 재개 공감대 마련…"큰 그림으로 인도 접근해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바이러스를 뚫고 왔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에게 건넨 첫 마디다.

두 장관은 뉴델리에서 매일같이 2만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폭증 상황 속에 이날 통상장관 대면 회담을 열었다.

특히 여 본부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하는 등 온갖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험지'를 찾았다.

그는 이날 회담을 마친 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실 워낙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 막판까지 취소할까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하지만 인도는 협상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장관끼리 만나야 일이 풀리는 나라라 직접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이 인도를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코로나 이후 한·인도 간 관계를 위해 모멘텀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코로나 사태 기간 한국의 경제 쪽 각료로는 처음으로 인도를 찾게 됐다"며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왔다는 점이 인도에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한·인도 CEPA는 2010년에 발효됐는데 이후 양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과거 프레임으로는 대응하기에 미흡한 면이 있었다"며 "2015년부터 개선 협상을 진행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2019년 6월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고얄 장관과 회담은 애초 예정보다 1시간 길어져 4시간가량 이어졌다. 이 가운데 3시간은 두 장관이 일대일로 면담했다.

고얄 장관은 CEPA 발효 후 한국은 큰 이득을 봤지만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은 2019년, 2020년 대인도 교역에서 각각 95억달러, 7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여 본부장은 "CEPA 발효 기간 한국의 대인도 투자가 크게 늘었고 그 과정에서 인도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오느라 수입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국 기업이 인도 공장에서 수출도 많이 하고 현지 경제에도 기여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5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기존 목표를 조기 달성하자는 점에 공감대도 형성했다.

여 본부장은 "고얄 장관은 양측의 시각차가 어떻든 간에 500억달러 달성 시기를 2030년보다 당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양국의 교역은 지난해의 경우 11월까지 2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인도 수출액은 143억달러였다.

이달부터 발효된 '세계 최대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인도가 빠진 점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인도가 RCEP에 합류하기를 원한다고 강하게 강조했지만, 인도 지도부는 RCEP에 가입했다면 인도 산업의 피해와 무역적자가 더 심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인도가 RCEP 합류를 다시 검토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덧붙였다.

RCEP에는 아세안 10개국,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 중이며 인도는 초기부터 협상에 참여하다가 무역 적자 우려 등을 이유로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자국 경제 보호 기조가 강한 인도는 수입 규제가 많은 나라로도 악명 높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겨냥 수입 규제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45건)이고 인도가 2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인도 측과 만날 때마다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입 규제에 위법 요소가 있고 남용되면서 무역 장벽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 등 국제 공급망 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도 인도는 중요한 나라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조기경보시스템이나 핵심 광물 리스트 구축, 해외 공관 모니터링 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도와도 평소에 전략적 가치를 발굴해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 각국은 인도와 경제적, 외교적 관계 설정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도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인도와의 관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2박 3일의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2일 출국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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