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새해 시총 15조원 증발…긴축 등 리스크 부각(종합)
미국 연준 긴축 강화로 금리 상승하자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 높아져
문어발식 확장·알짜사업 쪼개기 상장도 도마 위에 올라…CEO 스톡옵션 행사 논란
"콘텐츠 등 신사업 주목"…"긴축과 리스크 등 불확실성 해소 관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내 빅테크 대표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기조에 연초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이슈 외에도 최고경영자(CEO)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과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 연준의 긴축과 내부에서 터져 나온 각종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새해 네이버 11%·카카오 16% 주가 급락…시총 합산 15조원 증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들어 네이버[035420] 주가는 11.49%, 카카오[035720]는 15.56% 각각 급락했다.
이 기간 네이버 시가총액은 종전 62조1천억원에서 55조원으로, 카카오는 50조2천억원에서 42조4천억원으로 각각 7조1천억원, 7조8천억원 줄었다.
두 종목을 합한 시총은 새해 들어 14조9천억원이나 감소했다.
네이버 시총 순위는 작년 말 3위(이하 우선주 포함)에서 이날 5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카카오는 6위에서 9위로 밀렸다.
연초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급락 배경에는 먼저 미국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강도를 높인 연준이 최근 조기 금리 인상과 조기 양적긴축(QT)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은 성장주 주가에 부담이 되는 양상이다.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주목받는 성장주는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성이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작년 연말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3.96배, 카카오는 46.74배로 코스피200 지수 11.08배보다 높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랠리로 성장주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빠른 긴축이 실질금리를 상승시키며 성장주의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문어발식 확장에 실적 실망까지…CEO 스톡옵션 행사 논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네이버·카카오 주가의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논의가 가속화되는 등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에 같은 해 9월 카카오는 소상공인 상생 기금을 조성하고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내용의 방안을 내놓았다.
이 여파로 카카오 주가는 상승세가 한풀 꺾여 종가 기준 전고점(16만9천500원·2021년 6월 23일)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도 작년 9월 6일 45만4천원으로 마감한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규제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시장 감독 기관 수장들은 업계 간담회, 신년사 등 시장과 소통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플랫폼 감독 강화, 디지털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과 조직 확충, 동일기능·동일규제 등 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실적 부진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의 주가 하락은 작년에 촉발된 플랫폼 규제 리스크가 지속되고 인터넷 업종 전반에 대한 실적 부진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작년 4분기 인센티브 지급과 신규 사업 확대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등 비용 확대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주식에 대한 스톡옵션 행사로 논란을 빚으면서 카카오 주가가 더 크게 하락 압력을 받는 양상이다.
작년 11월 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인 작년 12월 10일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논란을 촉발했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통상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류 대표 등 임원의 매도가 카카오페이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류 대표는 전날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지 한 달 반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도 논란이다.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특정 사업 부문을 쪼개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는 할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기존 알짜 사업이 빠져나가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돼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카카오 계열사 주가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카카오뱅크[323410]는 전 거래일보다 3.42% 하락해 시가총액이 23조4천억원으로 줄어들면서 KB금융[105560](24조9천억원)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카카오게임즈[293490](-2.02%), 넵튠[217270](-8.11%) 등도 하락했다. 반면 카카오페이[377300](0.67%)는 소폭 반등했다.
◇ "콘텐츠 등 신사업 주목"…"연준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필요"
증권가에서는 플랫폼 규제 도입 등을 향후 변수로 지적하면서 네이버·카카오의 신사업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 임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인터넷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전망"이라며 "1년 넘게 표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3월 대선 이후 입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이어 "콘텐츠·메타버스·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는 탄탄히 전개 중"이라며 "신사업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되는 네이버에 상승 모멘텀(동력)이 먼저 돌아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FOMC 등을 거쳐 미국 연준의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성장주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FOMC 회의를 지나면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불확실성 리스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나 통화정책의 우려가 조금이나마 완화된다면 성장주의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성장주의 패배를 조기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며 "이익 모멘텀이 유효한 성장주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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