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수탁위로 일원화' 반대"

입력 2022-01-10 12:30
수정 2022-01-10 14:10
경제단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수탁위로 일원화' 반대"

경총·대한상의·무협·중기중앙회 등 7개 단체 공동성명

"개정안은 왜곡된 스튜어드십에 기반…기금운용본부가 대표소송 결정 주체 돼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경제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7개 단체는 10일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공동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주주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하고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은 2월 기금운용위 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하게 돼 있었다.



경제단체들은 "전체 연금 보험료의 42%를 순수 부담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되는데도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경제계의 의견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며 "기업 벌주기식 주주 활동에 몰두하는 국민연금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경제단체들은 특히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주며,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 가치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해 결국에는 기금 수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들은 그러면서 복지부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전면 보류하고 네 가지 선결 과제를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한 절차와 결정 주체 등 주요 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의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대표소송이 자칫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법적 근거와 결정 권한을 국민연금법 등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주대표소송이 남발되지 않도록 대상이 되는 사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가 고의로 불법 행위를 했거나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된 경우,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으로 확정된 경우로 주주대표소송을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주대표소송 제기의 실익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명확히 마련하고,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 주주대표소송 제기 결정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을 검토해 결정하고, 극히 예외적인 사안은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탁위는 기금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기업의 경영이 위축돼 기업 가치가 하락하거나 소송에 패소해 기금 수익률이 악화할 경우 해당 주주대표소송에 찬성한 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남소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 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이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경제계, 전문가, 유관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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