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 침공시 러 추가제재안 검토… 금융·기술·군사 망라
연쇄 회담 앞두고 NYT 보도…국제금융거래서 러 금융기관 차단
미 방산기술·소비재 수출 금지…우크라 무장 게릴라 지원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10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미국 등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를 제재할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 관료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몇시간 안에 효력을 발휘할 금융, 기술, 군사 제재를 조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을 국제 금융거래에서 차단하는 것을 포함, 방산과 소비재 산업에 필요한 미국 기술 수출 금지, 러시아군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일 수 있는 무장세력 양성 등의 방안을 최근 며칠간 동맹국들과 논의해왔다.
NYT는 "이러한 움직임이 사전에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길 바라면서 그가 국내외에서 직면할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미 관료들은 새 경제 제재가 세계 금융거래에 의존하는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 병합할 때 미국의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파급력이 크고 빠른 대응'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백악관은 당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 루블화 매도로 이어졌지만,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에서 철수할 정도로 러시아에 고통을 주는 핵심 전략 목표에는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관료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차단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거부했지만, 유럽 관료들은 그 가능성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겨울철 가스와 석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럽 주요국들이 최근까지도 거부해왔던 방안이다.
기술 제재는 푸틴 대통령이 선호하는 항공우주·무기 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과 같이 러시아가 획득하고 싶어하는 신흥기술을 비롯해 러시아제 전투기, 방공 시스템, 위성 공격 시스템, 우주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
또 미 상무부가 미국에서 제조하거나 디자인한 전자제품이 포함된 소비재의 러시아 수출을 아예 금지할 수도 있다. 이 조치가 효력을 발휘한다면 미국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유럽, 한국 등 외국 업체에도 적용된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반란군을 지원하는 이른바 '포큐파인(porcupine·호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저항 세력을 위해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 무기를 선제 배치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주 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참모총장 격)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승리할 수 있겠지만, 30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을 퇴각하게 했던 것과 유사한 유혈 폭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서방국들과 러시아와의 회담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첫 실무협상을 시작으로 유럽 각지에서 열린다.
12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협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다.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협상에는 우크라이나 관료들도 참석한다.
협상에서 러시아는 '안전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배치를 막고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나토에 가입한 옛 소련 국가들에 무기나 군대 배치를 금지하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절대 동참할 수 없다는 약속과 함께 나토의 확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모든 안보 우려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는 소련 붕괴 이후 만들어진 유럽의 안보 구조를 해체하는 것과 같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 관료들은 러시아가 일련의 회담을 군사행동의 이유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자신들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선언하고,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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