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기차가 대세지만…경제성·친환경성 재평가 이뤄질듯"

입력 2022-01-10 06:00
"올해도 전기차가 대세지만…경제성·친환경성 재평가 이뤄질듯"

자동차연구원, 5대 트렌드 분석…전기차 판매, 보조금 정책에 영향받아

리튬이차전지 원재료 수급난 예상…자동차 업체별 차별성 부족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올해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는 동시에 전기차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산업동향 특별호'를 통해 올해 주목할 글로벌 자동차 산업 5대 트렌드를 선정했다.

연구원은 ▲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전기차 산업 ▲ 글로벌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 변화 ▲ 중국차 세계시장 약진 ▲ 차별화에 고심하는 완성차 기업 ▲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을 5대 트렌드로 꼽았다.



◇ 전기차 대세는 계속…친환경성·경제성 재평가

연구원은 작년 전세계 친환경차(xEV) 판매량이 1천만대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며 이중 배터리 전기차(BEV)가 약 430만대로 전년 대비 93.7%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지만,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자동차·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등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코발트 가격 인상으로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의 '동등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의 구매보조금 정책에 따라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우려도 있다.

아울러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차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에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평가를 제품의 전(全)주기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은 탄소중립 관련 제도화에 앞서 자동차의 생산-활용-폐기·재활용 등에서의 종합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전주기평가 도입을 논의 중이다.

연구원은 전주기평가 결과 전기차의 친환경성 우위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주력화 시점을 늦추고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얼리 어답터'를 중심으로 전기차 구매가 늘어났지만, 만약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있다면 주류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주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올해도 중국 등 각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 자국중심주의 확대…원자재 공급 위기

연구원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중국의 자동차 산업 신규 투자 유치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가치사슬의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미국 내 노조가 결성된 완성차 기업에서 생산한 친환경차에 한해 추가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중국은 외국의 완성차 기업이 지분 100%로 승용차 제조업을 할 수 있도록 지분 제한을 폐지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미국은 미국 중심의, 중국은 중국 중심의 자동차 시장 가치사슬을 형성하려 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차전지 음극재 재료인 흑연과 희토류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수출 통제를 통해 자국 내 배터리 관련 산업을 강화하고,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의 현지 공장 설립을 유도 중이다.

연구원은 작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올해는 리튬이차전지 주요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 문제와 유럽 에너지 위기에 따른 공급망 영향 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브랜드 세계 시장 약진

중국의 완성차 수출량은 작년 1~11월 역대 최대인 179만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브랜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의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 등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도 초소형 전기차 등 저가 전기차의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낮은 수준에 머물겠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중국 브랜드들이 충전 인프라가 미흡한 신흥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교환형 사업 모델을 동시 수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 동력 성능의 상향 평준화…완성차 업계 차별화 부족

과거 주요 완성차 기업은 파워트레인·섀시 등 자동차 핵심 요소에 대한 독자적인 설계·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을 차별화했지만, 파워트레인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발전 등으로 차별성이 약화되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엔진 등의 설계가 아닌 전장 부품으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약 5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구원은 전기차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테슬라 등 선도 기업의 구동 성능, 배터리 용량, 충전 속도를 표준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완성차기업이 선도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벤치마킹, 동급 부품 사용 등을 지향하면서 제품의 '동질화'가 이뤄지고 있다.

향후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의 기본 주행 성능보다 다목적성이나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도 디지털 시대

테슬라를 시작으로 온라인 신차 판매가 확대되고, 주요 부품에 센서를 부착해 고장 징후와 잔여 수명 등을 진단하는 기술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영국 등에서 '클릭 투 바이' 온라인 판매를 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는 캐스퍼를 온라인 판매했다.

벤츠, BMW, 한국GM, 르노삼성차도 온라인 판매 차종을 확대하며 온라인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보 보안, 데이터 소유권 이슈 등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차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의 물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