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정부, 수감 야당 인사들 사면…14개월 내전 해결되나
"거국 대화 위해 석방"…내전 상대 TPLF 출신도 포함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정부가 7일(현지시간) 내전 상대 출신자를 포함해 수감 중인 최고위급 야당 인사 중 일부를 전격 사면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성명에서 "단합을 위해서는 최선의 방도가 대화"라면서 "정부는 이를 위해 어떤 것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비 아머드 총리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달력으로 크리스마스인 이날 국가의 화해를 위해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사면된 야당 인사 가운데는 정부와 싸우고 있는 지역정부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의 창립자 세브하트 네가와 티그라이 이전 지도자인 아바이 웰두가 포함됐다. TPLF는 2020년 11월부터 14개월째 북부 거점 티그라이를 중심으로 내전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해 말부터 전투는 소강상태다.
국영 에티오피아방송(EBC)은 풀려난 정치범 가운데는 최대 종족인 오로모족 출신 고위 정치 지도자인 베켈레 게르바, 자와르 모하메드 등 2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2020년 오로모족 출신 반체제 가수인 하차루 훈데사의 피살 이후 일어난 소요로 인해 그해 9월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암하라족 야당 지도자인 에스킨더 네가도 풀려났다고 그가 속한 정당이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야당 고위인사 사면과 석방으로 티그라이 내전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환영하면서 휴전을 통한 신뢰 구축을 촉구했다. 또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티그라이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인도주의 구호물품의 지원 재개를 호소했다.
이번 특별 사면은 퇴임 예정인 제프리 펠트만 미국 '아프리카의 뿔'(동아프리카) 담당 특사가 아비 총리와 회동해 정치적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에티오피아 의회도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 지난해 12월 29일 거국 대화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군과 함께 티그라이로 진입해 3주 만에 주도를 포함해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으나 TPLF는 산악 게릴라전으로 맞서 지난해 6월 티그라이를 되찾았다.
이어 정부의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봉쇄망을 뚫는다면서 인근 암하라와 아파르 지역까지 진격해 수도 아디스아바바 200㎞ 전방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비 총리가 직접 전선으로 달려가 전투를 독려하고 새로 사들인 전투용 드론으로 공세를 펴자 TPLF는 자기 지역으로 물러가고 정부군도 티그라이로 더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리트레아와 오랜 국경분쟁을 해결한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비 총리는 국내적으로 정치범을 풀어주고 정치개혁에 나섰으나 종족 갈등에 시달렸으며 결정적으로 티그라이 내전으로 그 빛이 바랬다.
TPLF는 아비 총리 집권 이전 30년 가까이 중앙정부를 좌지우지하다가 주변으로 밀려난 이후 아비 총리와 갈등을 빚었다. 티그라이 내전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티그라이와 암하라, 아파르 등에서 940만명이 긴급한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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