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못했는데 종신보험이 웬말…사망보험 수요↓, 질병·간병↑

입력 2022-01-09 12:00
수정 2022-01-09 12:04
결혼도 못했는데 종신보험이 웬말…사망보험 수요↓, 질병·간병↑

보험연구원 보고서…"비혼·저출산으로 유족 생활보장 수요 감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인구구조 변화와 비혼 1인 가구 증가로 보험 가입자의 연령대가 상승하면서 '사망보험'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9일 공개된 보험연구원의 정기간행물 'KIRI리포트'에 실린 '세대별 보험상품 가입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개인형 생명보험상품의 연평균 신계약 증가율은 60세 이상(19.8%)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의 신계약은 연평균 7.2%씩 줄었고 30세 미만과 40대에서도 각각 연평균 5.5%와 3.3% 감소했다.

개인형 생명보험상품에는 연금, 종신보험, 정기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암보험, 변액보험 등이 포함된다.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재물보험, 연금, 장기간병보험 등 장기손해보험도 60세 이상에서 연평균 신계약 증가율이 20.9%를 기록했으나 30대에서는 0.5%에 그쳤다. 40대와 30세 미만 증가율도 각각 2.6%와 2.5%로 고령층에 훨씬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개인형 생명보험 신계약 중 30대의 비중은 2010년 28.5%에서 2015년 15.9%로 축소됐고, 60대 이상은 3.3%에서 18.5%로 확대됐다. 장기손해보험의 경우에도 30대는 23.5%에서 15.4%로 줄고, 60세 이상은 4.9%에서 17.1%로 불었다.

그 결과 보험가입자의 평균연령이 생명보험은 2010년 38.3세에서 2019년 46.0세로, 장기손해보험은 이 기간 38.0세에서 43.7세로 각각 높아졌다.

40대 이하의 보험 유입 감소 추이는 종신보험, 연금보험, 저축성보험, 변액보험, 정기보험 등 노후 소득이나 사망 보험금을 보장하는 상품에서 더 두드러졌다.

40대 이하 신규 가입 감소의 원인은 장기간 계속된 저출산의 영향으로 고령층이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우선으로 꼽힌다. 2010년부터 2020년에 30대 인구는 연평균 1.4% 감소했지만 60세 이상 인구는 연평균 4.7% 증가했다.



보험업계도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고령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변화 외에도 비혼이나 무자녀 인구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30대에서 미혼자 비중은 2020년 기준 42.5%로 2010년보다 13.3%p 증가했고, 자녀가 없는 30대 기혼여성은 이 기간 15.7%에서 35.3%로 늘었다.

30·40대의 사망률이 낮아진 것도 사망 보험금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40대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31%가량 줄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동겸 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은 "비혼과 저출생 현상은 본인 사망 이후 유가족의 안정적 생활 보장을 주목적으로 하는 종신보험과 정기보험 등 사망보험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켰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건강한 노후와 돌봄 필요에 대비한 질병보험과 간병보험 수요는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2010~2019년에 30대의 신규계약은 대체로 감소했지만 간병보험은 연평균 101.4%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과 정 연구원은 "보험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확대되는 고령층의 보험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30·4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의 수요를 파악하고 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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