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주변 오미크론 감염확산에 '미일지위협정' 개정론 급부상
기시다 "확산 원인 단정 어려워"…부정적 견해 피력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미군 기지 주변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불똥이 주일미군의 지위를 규정한 미일지위협정으로 튀고 있다.
이 협정으로 일본 정부의 방역 행정이 미군 부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재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긴급사태에 준하는 방역 대책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중점조치)를 오키나와(沖繩), 야마구치(山口), 히로시마(廣島) 등 3개 현에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적용하기로 결정한다.
중점조치가 적용되면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확산 배경을 놓고 일본 전역에 산재한 미군 부대가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이 불만이 미일지위협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점조치가 적용되는 지역은 모두 미군 기지를 끼고 있는 곳이다.
6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최다인 981명을 기록한 오키나와는 일본 내 미 기지 시설의 70%가량이 몰린 곳이다.
역시 신규 확진자 수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야마구치(181명)는 이와쿠니(岩國) 미군 기지를 안고 있다.
전날 27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확산세가 확연한 히로시마도 이와쿠니 기지에서 가까운 것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언론은 미군 기지 주변 지역에서 두드러진 급속한 감염 확산이 미군 기지로부터 지역사회로 스며든 오미크론 영향일 것이라는 관점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아직 주일미군 기지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사이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그럴 개연성이 크다는 방증은 넘쳐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일미군은 작년 9월 3일부터 12월 하순까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배치되는 부대원이 출발할 때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지 않는 등 느슨한 방역 체계를 유지했다.
PCR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일본 정부가 철저한 대응을 요구했을 땐 이미 기지 내에서 클러스터(집단감염)가 발생하고 기지 밖으로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방역 대책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민항기를 이용하지 않고 군용기나 선박 편으로 직접 기지 내로 들어오는 미군을 상대로는 일본 검역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일지위협정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미군 측에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출입국 수속 등을 정한 미일지위협정 제9조가 미군은 외국인 등록 및 관리에 관한 일본 법령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관리의 범위에 검역도 포함된다는 해석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의 존재가 알려진 직후인 작년 11월 말부터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하는 등 출입국과 관련한 초강도 방역 대책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군기지라는 구멍을 방치해 바이러스 유입을 막지 못한 셈이 됐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를 가장 강하게 문제 삼는 사람은 다마키 데니(玉城デニ) 오키나와현 지사다.
그는 오미크론의 지역사회 확산 배경에 미군 기지가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방역 행정권을 제약하는 미일지위협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7일 자 사설에서 "미일지위협정에 기인한 입국 방역대책의 구멍을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며 양국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협정이 얽힌 감염 확산 사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직접 경위를 설명하고 반성할 점에 대해선 앞으로 취할 대책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6일 "현시점에선 (지역사회) 감염 확산 원인이나 루트(경로)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미일지위협정 개정 문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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