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오미크론 비상인데 고위직 대규모 '내로남불' 생일파티

입력 2022-01-07 10:33
홍콩 오미크론 비상인데 고위직 대규모 '내로남불' 생일파티

100여명 참석해 노래하고 술 마셔…장관 1명 등 격리시설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위직이 대거 참석한 '내로남불' 생일파티가 열려 발칵 뒤집어졌다.

당국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안내한 직후 열린 해당 파티에는 홍콩 정부 관리 최소 14명과 입법회(의회) 의원 6명 등이 참여했다. 그중 최소 2명이 밀접접촉자로 확인돼 21일간 격리시설에 갇히게 됐다.

7일 명보 등 홍콩언론을 종합하면 해당 파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명인 위트먼 헝(洪?民)의 생일파티로 지난 3일 저녁 완차이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헝은 홍콩과 중국 선전(深?)이 합작해 개발하는 첸하이(前海) 경제특구 홍콩연락사무소 대표이기도 하다.

해당 파티에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헝 등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음식과 술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파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37세 여성이 오후 9시 30분께 참석했다.

이에 따라 오후 9시30분 이후에도 파티장에 머문 민정사무국장(장관급) 캐서퍼 추이(徐英偉)와 발전국장 정치조리 앨런 펑(馮英倫)은 해당 여성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분류돼 전날 밤 정부 지정 격리시설로 보내졌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해 보건 당국이 경고했는데도 대규모 모임에 그렇게 많은 관료가 참석해 대단히 실망했다"며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국은 파티장에 머문 시간이 확인되지 않은 다른 정부 관료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문이 커지자 파티를 주최한 헝 대표는 전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깊이 반성하고 교훈을 얻겠다"고 말했다.

그는 파티에 참석한 확진자는 대부분의 손님이 떠난 후에 도착해 45분간 머물렀으며, 모든 손님은 백진 접종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격리시설에 갇힌 추이 국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앙(중국) 정부와 행정장관, 동료와 대중에 사과드린다"며 "책임 있는 관리로서 좀 더 경계심을 갖고 방역 노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명보는 "정부는 추이 국장의 처벌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이 국장의 사임도 하나의 선택지"라며 "그 외 경고는 오미크론 변이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정부 격리시설과 병상 수용 가능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일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해외 유입 환자와 밀접접촉자들이 하루 40∼50명씩 격리시설로 보내지고 있어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격리시설이 곧 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각급 병원 역시 확진 환자들의 입원 쇄도로 병상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지자 이날부터 2주간 유흥시설을 폐쇄하고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방역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또 미국과 영국 등 8개국 발 여객기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다녀간 장소에 출입한 모든 이들에 대해 코로나19 3∼4회 검사를 명령했다.

전날 밤에는 주거지 5곳을 봉쇄하고 주민 3천300명에 대해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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