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마스크 1장당 5만원에 팔고 환불 거부한 약국…위법?

입력 2022-01-06 15:13
수정 2022-01-06 15:24
[팩트체크] 마스크 1장당 5만원에 팔고 환불 거부한 약국…위법?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 1999년 도입…가격 상한 규정은 없어

전자상거래와 달리 오프라인 쇼핑시 환불 의무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대전 유성구의 한 약국이 숙취 해소 음료와 파스, 감기약, 마스크 등을 개당 5만원에 팔고 소비자의 환불 요청도 받아주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사가) 숙취해소음료 2병에 10만원을 결제했다. 그 자리에서 약을 안 먹었으니 환불해달라 얘기했는데 환불받고 싶으면 민사로 고소 접수하라고 했다"며 "약국 안을 둘러보니 파스, 박카스, 거즈, 감기약, 소화제, 심지어 마스크 한 장도 5만원이 붙어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전시 약사회에도 비슷한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약국의 약사 A씨는 "일반약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 의약품 판매가격, 공급가보다 낮추면 안되지만 상한은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의약품 가격이 황당할 수밖에 없지만, 현행법상으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정부는 일반의약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자 1999년부터 약국이 약값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하는 '판매자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판매자 가격표시제 도입 이후 약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가격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약국이 드문 지역에서 높은 가격으로 폭리를 취해도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6년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내에서도 아로나민골드정의 가격은 약국에 따라 1만2천900원 차이가 났고, 인사돌정의 가격도 1만1천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약사법 시행규칙이나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등에 판매 가격 상한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약사법 시행규칙 44조 1항 2호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의약품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공급 가격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규제하고 있지만, 별도의 상한은 없기 때문에 A씨처럼 임의로 높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해도 위법이 아닌 셈이다.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도 매장 크기에 관계없이 판매 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판매하면 안 된다거나 가격 표시가 유통 단계에서 쉽게 훼손되거나 지워지지 않도록 하고, 소비자가 보기 쉽고 선명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만 명시돼 있다.



◇ 오프라인 쇼핑에서 사업자에 환불 의무 없어

청원인의 사례처럼 현장에서 구매한 의약품에 대한 환불 요청을 거부하는 것 역시 제재하기 쉽지 않다.

물품을 보지 않고 구매하는 온라인 쇼핑의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17조에 따라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혹은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계약에 대한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환불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이미 물품에 가격이 표시돼 있고 소비자가 물품 전반을 확인한 상태에서 구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오프라인 거래시) 환불이나 교환은 사업자 재량에 따른 부분이지 법령이나 고시, 지침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가 만든 환불 규정이 있으면 약관법에 따라 잘못됐는지 여부를 따져볼 여지는 있지만 이 경우는 환불 규정을 설명한 것도 아니어서 약관법으로 따져볼 수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대한약사회, 다음주 중 윤리위 개최

해당 약국의 '폭리'와 환불 거부 사례가 인터넷상에서 확산하며 약사 A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대한약사회와 보건복지부 등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실태 조사 후 다음주 중 약사윤리위원회를 열어 복지부에 면허 관리 전반에 관한 부분을 요청할 예정이다. 윤리위 심의 결과에 따라 면허 취소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약사회 정관에는 약사 윤리를 위반해 약사회의 명예를 훼손한 자 등에 대해서는 약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약사윤리기준에는 약사의 품위를 손상하는 비도덕적 약사 행위를 하거나 약국 등에서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약사법 79조의2에 따르면 약사회장은 윤리위 심의·의결을 거쳐 정신질환자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약사에 대해서는 면허 취소를, 약사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윤리 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는 자격 정지를 각각 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다.

또 복지부 장관은 약사회장이 약사에 대한 면허 취소 처분을 요구할 경우 해당 약사에게 정신질환이나 마약 등의 중독 여부에 관해 전문의의 검사를 받도록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음 주 약사회 윤리위 심의에 따라 처분을 어떻게 내릴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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