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중도해지는 안됩니다" 학부모 울리는 스마트 학습지
소비자들 "무리하게 영업해 놓고 중도 해지 거부"
소비자원 "중도 해지 불가 조항은 불공정 약관"
업체 "콘텐츠 일시·일괄 공급하는 '일시거래'…적법한 약관"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스마트 학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상품이 많고, 아예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상품도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두 자녀를 둔 A씨는 작년 4월 B사와 스마트 학습지 계약을 체결했다.
태블릿 기기와 교재 등을 포함해 매월 약 19만원씩 36개월간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영업직원은 담당 교사가 직접 방문해 지도해줄 것이라고 했으며, 두 자녀를 위해 태블릿 기기를 두 개 구매하려면 부담이 되니 중고 기기 한 개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며 "하지만 이후 이런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7개월 뒤 A씨는 계약을 해지하려고 회사 측에 문의했다.
하지만 A씨가 계약한 학습지는 약관상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상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남은 할부금 약 550만원을 계속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계약 당시 휴대폰으로 계약서 링크를 보내주고 동의란에 체크하도록 했을 뿐 중도 해지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면서 "이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중도 해지할 수 없다는 약관 조항이 전자계약서에 붉은색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전자계약서 발송 이후 상담원이 해피콜(전화)을 통해 이 점을 다시 한번 안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개설된 인터넷 카페 '학습지 피해자 모임'에서는 A씨처럼 B사와 스마트 학습지 계약을 체결했다가 중도 해지를 거부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하는 할부금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을 넘기도 한다.
중도 해지를 거부당한 소비자 중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경우도 있다. C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계약 체결 당시 중도 해지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담당자가 방문해 교습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중도해지를 거부한 B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일반적인 학습지 구독 계약은 '방문판매법'에서 정하는 '계속거래'(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하는 계약)에 해당해 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A씨와 C씨가 계약한 상품은 콘텐츠 및 교재를 소비자에게 일시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일시거래' 상품으로, 소비자는 계약 체결 즉시 콘텐츠에 대해서는 무제한 이용권을, 교재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므로 중도 해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B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판단은 달랐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콘텐츠와 교재가 일시에 제공되더라도 커리큘럼에 따라 단계별로 학습이 이뤄져 총 5년 6개월이 소요되는 과정으로, 학습 성취도에 따라 그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시 또는 단기간(1개월 미만)에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 상품을 '계속거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중도 해지를 제한한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체는 중도해지를 제한한 약관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을 신청한 C씨 역시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결정은 강제력이 없어 한쪽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B사 측은 "계약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무리한 영업방식 등 당사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적극 합의에 임해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만, 정상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대해 단순히 고객 변심으로 해지해 달라는 사안의 경우 소비자원의 조정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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