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시신 35구' 부검 미얀마 의사 "뒤로 묶인 손…가장 잔혹"
"입에는 재갈, 가슴에는 천공도"… 사망자 최대 49명 주장도 나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해 성탄절 전날 최소 35구의 시신이 불탄 채 발견돼 쿠데타 미얀마 군부의 잔혹성이 재조명된 가운데, 시신들을 발견하고 부검했던 경찰과 의사가 당시 사건의 참혹함을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미얀마 동부 카야주 프루소구 모소 마을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4명을 포함해 최소 35구의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됐다.
미얀마군이 미얀마군-반군부 세력 간 무력 충돌을 피해 도망치던 주민 등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지난 3일 이번 학살과 관련한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면서, 당시 부검을 담당한 의사 및 현장을 방문한 경찰의 목소리를 5일 전했다.
군부에 대항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한 경찰들로 구성된 '카레니주 경찰'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모소 마을에서는 최대 49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들이 시신 31구에 대해서는 간신히 부검을 진행했지만, 다른 시신들은 불에 완전히 타 건드리기만 해도 재로 변할 정도여서 3개의 시신 가방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신은 기름을 실은 트럭 사이에 끼어 있어서 부검할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부검에 참여한 의사는 기자회견에서 시신 중 일부는 손이 등 뒤로 묶여있었거나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였으며 가슴과 폐에 천공이 난 시신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이 산 채로 불태워졌는지에 대한 실험실 분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시신의 가슴에 난 천공이 총탄이나 날카로운 물체로 인해 생긴 것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의사는 "이런 증거들만 보더라도 그들이 숨지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부검에 대해 "그동안 살면서 본 가장 잔인하게 그리고 가장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대규모로 살해당한 시신들이었다"며 충격을 피력했다.
의사와 피해자 가족은 숨진 이들이 주민 무장단체 대원들로, 정지 명령에 응하지 않고 총을 쏘는 바람에 군이 응사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군부 주장을 거듭 반박했다.
의사는 숨진 이들 중 10∼15세 소녀가 있었다며 이 소녀가 군인들에게 총을 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여성은 자신의 남편이 대나무를 자르는 용도의 칼 하나만 가져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아웅 묘 민 인권부 장관은 이번 학살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미얀마독립조사기구(IIMM)에 제출하는 것은 물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약속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면서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뒤 1년 가까이 반군부 세력을 유혈 탄압해오고 있다.
미얀마 상황을 감시하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의 폭력으로 인해 1천4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1천300여명이 체포·구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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