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도 주택난…공실 오피스→고급아파트 리모델링 바람

입력 2022-01-05 11:54
수정 2022-01-05 14:26
미국 대도시도 주택난…공실 오피스→고급아파트 리모델링 바람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주택 공급난을 겪는 미국 대도시에서 빈 사무용 빌딩이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오피스 빌딩 2개 동은 하나가 3분의 1이 공실일 정도로 낡은 건물이었다.

현재 이 건물은 435세대 규모의 고급 아파트 '파크 앤드 포드'로 개조돼 새 생명을 얻었다. 카바나(해변이나 수영장에 있는 방갈로와 유사한 휴식 공간), 바비큐 시설,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잔디, 조각상 등을 갖췄다.

온통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건물에는 열 수 있는 창문이 생겼고 외관은 파란색과 오렌지색으로 산뜻하게 꾸며졌으며 발코니도 생겼다.

부동산 정보업체 야디 매트릭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이 아파트를 포함해 사무실 건물, 호텔이나 다른 상업시설 등 151곳이 아파트로 바뀌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집세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가운데 남아도는 오래된 사무실 건물을 아파트로 뒤바꿀 때가 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주거용으로 개조될만한 건물은 거의 1천 곳에 이른다. 1980년대 이후 지어졌으며 면적은 10만 평방피트(9천290㎡) 이상이고 50% 이상이 비어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프로젝트 개발업자들은 건물 신축에서는 없는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파크 앤드 포드는 손상된 콘크리트와 곰팡이, 석면 때문에 개조 작업이 지연됐으며 이를 해결하는데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

용도지역 규정과 예상치 못한 건축 비용 등 때문에 많은 건물은 개조에 부적합할 수 있다.

건물 리모델링 분야에서 오래 일한 변호사 밸러리 캠벨은 "어느 시점에 건물 개조 비용이 신축 비용에 근접한다면 그건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저소득자 대상의 저렴한 주택이 부족한데도 대부분의 오피스 개조는 개발업체들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중산층용 시장가격 아파트로 이뤄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오피스를 저렴한 주택으로 개조하는 사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서 오피스를 주거용 아파트로 바꾸는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주택난이 심한 한국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앞서 2020년 11월 전세난 대책의 일환으로 빈 상가와 오피스, 호텔 등 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주택으로 만든 뒤 1인 가구 등에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7월에도 도심 내 비어있는 오피스, 숙박시설과 같은 비주택 시설을 리모델링해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자에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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