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시도 때도 없는 정전…남은 건기 어떡하나

입력 2022-01-05 07:00
[미얀마르포] 시도 때도 없는 정전…남은 건기 어떡하나

짧으면 3시간, 길게는 10시간 전기 나가…"20년전과 비슷" 한탄

작년 LNG 발전소 중단…수력발전소 문 닫는 3월말 건기엔 최악 우려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 시민들은 새해 벽두 휴일을 정전 속에서 맞았다.

일요일인 지난 2일 오전 4시께 전기가 나갔다.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는 기자는 서둘러 양곤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나갔다.

대형 건물은 그나마 자체 발전기가 있어 정전돼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후 기자는 오후 7시30분께 양곤 북부 노스 다곤구에 있는 집으로 들어왔지만, 그때까지도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당혹스러움 속에서 주차장 차에서 30분가량 기다렸더니 오후 8시께가 돼서야 아파트 이곳저곳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어 상한 음식 몇 개를 버려야 했다.

요즘 양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예고도 없이 정전이 일어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로 인해 불편했던 일상에 또 하나의 고충이 더해진 것이다.

우기 때는 전기가 짧은 시간 동안 자주 끊겼다면 건기인 요즘에는 한 번 전기가 나가면 짧게는 3시간여, 길게는 10시간 안팎씩 감감무소식이다.





인근에 사는 한인 A씨는 기자에게 "어제는 자다가 더워서 새벽 4시에 깨고 보니 전기가 나갔더라"며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양곤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해오고 있는 한인 B씨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요즘 전기 사정을 보면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발전용 연료비가 계속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은 설비들이 다 전자동인데 전기가 갑자기 끊어지면 고장 나게 돼 수리 비용도 걱정"이라며 수심에 잠겼다.

미얀마는 전력 보급률이 50%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높은 양곤도 80%가량이다.

게다가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아 건기와 우기 때 전력 공급의 계절적 편차가 매우 크다.

지난해에는 설상가상으로 양곤의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하기도 했다.

쿠데타 이후 환율 정책 실패로 달러 환율이 40% 가까이 오르면서 전기 대금의 일부를 달러화로 지급하지 못해 운영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봉제 설비업체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건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이 정도라면 수력발전이 거의 중단되는 3월쯤이면 전력 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게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력 사정으로 외자 유치를 외치는 군부 정권을 보면 한심하다"고 혀를 찼다.

군부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미얀마 문민정부는 34%에 머물렀던 전력 보급률을 끌어올려 집권 4년 차였던 2019년 말에 50%를 달성했고, 2030년에는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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