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추모촛불 들자' 했는데…홍콩 민주활동가 징역 22개월
초우항텅 "홍콩서 톈안먼 시위 추모, 위험한 레드라인 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불허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한 민주 활동가가 22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4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이날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은 해산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鄒幸?·36) 전 부주석에게 해당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을 앞두고 초우 전 부주석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추모 집회 참석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달 13일에는 초우 전 부주석에게 2020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12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등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다만, 이날 선고한 15개월 중 5개월은 지난달 선고한 징역 12개월과 동시 복역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 총 징역형은 22개월이 됐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2020년 처음으로 해당 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작년에도 금지했다.
2020년에는 당국의 불허에도 5천여 명이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지난해에는 당국이 아예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해버리자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촛불을 들었다.
지련회는 당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박하자 지난해 9월 해산했다.
변호사로서 재판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직접 변호한 초우 전 부주석은 이날도 무죄를 주장하며 판사에 강하게 맞섰다.
그는 "나는 사람들에게 빅토리아 파크 집회가 금지됐지만 자신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촛불을 들자고 했을 뿐"이라며 판사의 제지에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모두 팩트"라며 "이는 내 정치적 견해가 아니며, 6월 4일 죽은 이들이 진짜 희생자들이다. 그들이 나 대신 이 법정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머금으며 "반년도 안돼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게 위험한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됐다"면서 "이제 홍콩에서 6월 4일을 논할 공공의 장소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압제는 탐욕스럽고 레드라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법원은 앞서 대표적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黃之鋒) 등에 대해서도 당국이 금지한 톈안먼 추모 집회를 조직하고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관한 언급이 금기다.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30여 년간 톈안먼 추모 행사를 이어왔지만,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당국이 2년 연속 추모 집회를 불허하면서 해당 집회와 관련해 민주 활동가 수십명을 기소하고, 지련회가 해산하면서 향후 홍콩에서도 톈안먼 추모 행사는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련회가 운영해온 톈안먼 추모기념관과 인터넷사이트 등도 모두 폐쇄됐으며, 홍콩에 진출한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서비스하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관한 에피소드가 삭제됐다.
이어 지난 연말에는 '수치의 기둥'을 비롯해 홍콩 3개 대학에 오랫동안 전시돼 있던 톈안먼 추모 기념물들이 모두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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