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최대사기극' 테라노스 전 CEO, 옥살이 신세 전락(종합)

입력 2022-01-04 13:43
수정 2022-01-04 14:04
'실리콘밸리 최대사기극' 테라노스 전 CEO, 옥살이 신세 전락(종합)

'여자 잡스' 엘리자베스 홈스, '피 몇 방울로 질병 진단' 사기로 유죄 평결

"사업 실패 대신 범죄 선택…최연소 여성 억만장자 스타의 추락"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37)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배심원단은 3일(현지시간) 테라노스 사기 사건으로 기소된 홈스의 범죄 혐의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투자자 속였다'…사기·공모 혐의에 배심원단 유죄 평결

배심원단은 이날 홈스가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통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사기와 공모 등 4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다만, 환자를 속인 혐의로 기소된 다른 4건의 중범죄 혐의에는 무죄를 평결했고, 나머지 3건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홈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실리콘밸리 스타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홈스가 주장한 진단 기술이 사실상 허구로 드러나면서 한때 90억 달러(10조7천억 원)까지 치솟았던 테라노스 기업 가치는 '0'으로 추락했고 결국 청산됐다.



검찰은 2018년 6월 홈스와 그의 전 남자친구이자 테라노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라메시 '서니' 발와니가 투자자들과 환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며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홈스가 사업 실패보다 사기를 선택했고 부정직한 결정을 내렸다"며 "그 선택은 범죄였다"고 말했다.

◇최대 80년 징역형 가능하나 선고형량 줄 듯…"최소 몇 년 옥살이"

정장 재킷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홈스는 자리에 앉아 몇 차례 고개를 숙였고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법원의 형량 선고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유죄 평결이 내려진 4건의 혐의에 각 20년씩, 최대 80년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이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테라노스 사기 사건을 추적해온 변호사 데이비드 링은 "홈스가 최소 몇 년간 감옥에 수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홈스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될 때까지 되는 척'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몰락

AFP 통신은 "홈스는 실리콘밸리의 추락한 스타"라며 "차세대 테크기업 선지자였으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고 전했다.

홈스는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19살에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 터틀넥 셔츠를 즐겨 입어 '여자 잡스'로 불렸고, 미디어 업계 거물 루퍼트 머독, 월마트와 암웨이 창업 가문의 투자를 끌어내며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에 올랐다.

테라노스는 헨리 키신저·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참여한 호화 이사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홈스의 프레젠테이션 솜씨는 한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매혹했고, 2015년 당시 회사 실험실을 방문했던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홈스는 곧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의 기술적 결함을 잇달아 보도하며 실리콘밸리 최대의 사기 스캔들이 드러났다.

AP 통신은 "'될 때까지 되는 척'하며 끝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판이었다"며 "홈스의 대담한 꿈은 굴욕의 악몽이 됐다"고 평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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