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석탄수출 제한에 산업계 긴장…"2월부터 시멘트값 18% 인상"
국제 석탄값 상승시 원료비도 인상…사태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단기영향 제한적…시멘트업계는 요소수 요인 등 반영 가격인상 추진
산업부, 작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의식해 긴급 대응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권혜진 기자 =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 제한 시기를 이달 말까지로 정했지만, 겨울철이라 전력 수요가 큰데다 글로벌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국가간 석탄 확보 경쟁이 벌어질 경우 지난해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시멘트업계가 유연탄과 요소수 등의 가격 인상을 이유로 2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기로 해 자칫 국내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제한한 석탄 종류는 발전용 유연탄이어서 발전소에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된다.
그러나 산업부와 발전업계는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달 수입 예정이던 물량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현지에서 선적, 출항돼 국내에 정상 입고될 예정인데다 발전업체들이 보통 겨울철에는 필요한 석탄을 미리 확보해두기 때문이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 데다 겨울철은 특히 석탄 수급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 당분간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전력 수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탄 수입 비중을 보면 호주산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인도네시아 20%, 러시아 11%, 미국 9% 순이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 1~2월은 호주산 사용 비중이 다른 달보다 큰 편이어서 부담이 덜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급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치로 인해 글로벌 석탄 가격이 오를 경우 전력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 "보통 장기로 공급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급 자체에는 영향이 없지만 호주산 가격이 오르면 그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산업계도 같은 이유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석탄 수요가 높은 철강업계의 경우 주로 중국, 러시아, 호주산을 써서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글로벌 석탄 가격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우리 쪽은 철광석과 더불어 석탄이 가장 주요 원료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원료비가 늘어나면 이는 결국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철강제품을 사용하는 건설, 자동차, 조선업계 등에도 이차적인 파급효과가 전망된다.
철강업계와 더불어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시멘트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호주산 유연탄의 경우 지난달 말 거래가격이 톤(t)당 165달러였으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 금지 발표 여파로 이달 3일 기준 175달러로 10달러(6%) 상승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연탄 가격 상승에다 요소수 부족 사태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일로 유연탄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제조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시멘트와 레미콘 등 연쇄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시멘트 업계는 앞서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안해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에 7년 만에 5.1%를 인상 이후 7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쌍용C&E는 내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9만3천원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레미콘사 등에 통보했다.
한라시멘트도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18%가량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다른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은 물론 레미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주 수요처인 레미콘사 등이 반발하고 있어 인상률이 최종 얼마로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시멘트사들의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가 초래한 국내 피해를 의식한 듯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제한 소식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 금지 조치 대응반'을 구성하는 한편 전날에는 담당 국·과장과 주인도네시아·주중국 한국대사관 소속 상무관, 발전 공기업 5개사, 한국전력[015760], 전력거래소가 참석하는 '에너지·자원 수급관리TF 긴급회의'를 열어 국내 에너지 및 전력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관련 기관 및 해외 공관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석탄 및 전력 수급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5일까지 석탄 재고를 확인한 후 수출 재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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