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회 화재, 강풍에 다시 불길…'광범위한 피해'(종합)

입력 2022-01-04 03:27
남아공 국회 화재, 강풍에 다시 불길…'광범위한 피해'(종합)

수개월 동안 국회 건물 사용 못 해…각종 역사유산 4천점 화재 영향 주목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회가 화재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가운데 발생 하루 만인 3일(현지시간) 불길이 잡히는가 싶었다가 강풍으로 다시 치솟았다.

이날 오후 현지방송 화면에는 국회 건물 지붕에서 화염과 연기가 거세게 솟아오르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나왔다. 30여명의 소방대원이 크레인 등을 이용해 소방수를 분사했지만 불길을 완전히 잡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케이프타운시 소방대 측은 강풍으로 인해 국회 건물 지붕 아래 공간에서 다시 불길이 일고 있으며 소방대원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만 해도 화재가 대체로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고 소방대원들도 상당수 철수한 상태였다.

전날 아침 입법수도 케이프타운에 있는 국회 단지의 가장 오래된 건물에서 큰불이 발생했다.

관리들은 국회가 입주한 전체 부분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저메인 카렐세 소방대 대변인은 "가장 심한 손상은 의사당 건물 안에 있다"면서 "그것은 몇 달간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몰로토 모타포 국회 대변인은 국회 지붕이 무너졌다면서 "의원들이 앉는 전체 의사당이 소실됐다"고 말했다.

현지 eNCA 보도채널도 당분간 국회를 수도 프리토리아로 이전하자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입법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와 관련해 49세 용의자가 체포돼 다음 날 법원에 출석해 주거침입, 절도, 방화 등의 혐의로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현지에선 국회 안전과 경비에 소홀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전날 화재 현장에 와서 기자들에게 용의자가 억류돼 있고 국회 건물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불은 1884년 완공된 구관에서 시작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신관 쪽으로 번졌다.

국회 내에는 각종 희귀한 서적 및 자료 등 4천 점의 역사적 유산과 함께 일부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예술작품 등이 소장돼 있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 도서관과 박물관은 화재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앞서 방송 화면에는 큰불이 지붕을 뚫고 나온 것이 목격됐다. 약 70명의 소방대원은 신속한 진화 작업에 대해 라마포사 대통령 등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강풍으로 다시 불이 커지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케이프타운에는 1910년 개별적 행정부들이 영국 통치하에서 유니온을 형성해 근대 남아공의 전신이 된 이후부터 국회 건물이 입주해왔다.

남아공의 마지막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절 대통령인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이 1990년 바로 국회에서 가혹한 백인 소수 정권을 해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회 건물은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새로운 건물은 1920년대와 1980년대 추가됐다.

지난 3월에도 구관에서 전기 문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내 잡혔다.

케이프타운은 지난해 4월에도 유명한 테이블마운틴에서 큰불이 나 인접한 명문대 케이프타운대학교의 아프리카 유산 소장 도서관 등이 불탔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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