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 계열사 CEO들 "올해도 냉혹"…빅테크와 경쟁 예고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디지털 가속화 천명
올해 카카오손보 등 빅테크 금융시장 진출 본격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에도 시장 여건이 험난할 것으로 보면서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빅테크와 치열한 한판 대결을 예고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영묵 삼성생명[032830] 사장과 홍원학 삼성화재[000810]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올해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카카오[035720]와 네이버 등 빅테크의 공습과 디지털 가속화 등에 맞서 과감한 경영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삼성생명 전 사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생명 컨설턴트와 임직원에게 "새해에도 국내 보험산업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보험산업의 근간인 인구가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고 손해보험사는 물론 빅테크까지 경쟁에 가세해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사장은 "혁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올해 고객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해 새로운 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경영환경이 바뀌면 성공 방정식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난 성공은 잊고 상품, 채널, 디지털 전 부문에 걸친 혁신을 통해 보험 본업의 사업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 노후 금융자산과 일상적인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건강자산' 보장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생명만의 특화 상품 적기 개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새로운 연금상품, 젊은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자산운용은 운용계열사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꾀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보험사가 잘 할 수 있는 차세대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도 발전시킬 방침이다.
사내벤처 제도를 확대해 창의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디지털 보험설계사 전환을 가속하는 보험거래의 디지털화에 주력해 빅테크의 진입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전 사장은 "디지털·비대면 경제 시대에서는 고객에게 쉽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강자"라면서 "온라인 특화보험, 구독보험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신속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디지털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홍 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공식 취임 후 사내 회의 등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영업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디지털·해외사업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내외 데이터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영업에서 보상에 이르기까지 업무 프로세스상 가능한 모든 부문의 디지털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페이가 자회사로 카카오손해보험을 올해 출범시켜 대리 운전사 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져 삼성화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삼성화재는 2020년 5월 카카오페이와 함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양측간 의견 차이로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
삼성화재 측은 "삼성화재는 차별화를 넘어 초격차의 역량을 갖추고 넥스트 레벨 보험사로 발돋움하고자 '고객, 임직원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삼성화재'를 올해 경영 화두로 던졌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김 사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임직원들에게 빅테크와 경쟁을 언급하면서 고객, 상품, 채널 관점에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김대환 사장은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만연한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대출 규제 강화, 기준금리 상승 및 빅테크 기업 등과의 업권을 넘어선 경쟁 심화 등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사장은 "외부 위협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경쟁력의 근간인 고객, 상품, 채널 관점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고민과 노력을 '고객'에 집중시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과 본질에 집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야 한다"면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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