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도 볼일은 본다'…미국, 하수로 코로나 확산세 파악
"코로나 검사 의존 않고도 손쉽게 바이러스 전파 상황 알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지 추적하는 방안으로 진단 검사 대신 하수 샘플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공급이 차질을 빚는 데다 키트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지자 지역 당국들이 다른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아이다호,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등 여러 지역 당국이 이런 하수 샘플 검사 방식을 활용 중이다.
하수 샘플 검사는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 등을 감시하기 위해 이미 보건 당국이 사용해온 기법으로, 하수처리장이나 배수관 맨홀에서 검체를 채취해 일종의 유전자증폭(PCR)을 통해 바이러스가 있는지 파악한다.
실제로 감염 상황과 맞게 미 전역 하수에서는 대유행 이전에 비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량 검출된다고 한다.
예컨대 휴스턴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휴스턴의 하수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2020년 6월보다 546% 증가했다.
일부 주는 이런 방식으로 델타 변이 확산 당시부터 바이러스 추적에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10일 미주리주는 하수 분석 프로젝트를 통해 델타 변이를 처음 포착했는데, 이는 이 지역에서 델타 변이 환자 발생이 공식 발표되기 훨씬 전이었다.
미주리주는 최근 가팔라진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도 하수 샘플 검사로 포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주 전역에서 수집된 57개 하수 샘플 중 32개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다. 63개 중 15개에서 변이가 검출된 일주일 전 검사보다 배 이상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수가 도시 공중보건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의료 체계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수 분석 전문업체인 바이오봇 애널리틱스 회장 뉴샤 가엘리는 "확진자가 화장실을 쓸 때마다 자신의 감염 정보가 담긴 오물을 (변기를 통해) 내려보낸다"면서 "이를 통해 수천명의 감염 정보가 (하수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단 검사를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볼일은 본다"면서 "하수 샘플 검사는 보건의료 체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일반 진단 검사에서 파악되지 않는 무증상·경증 확진자까지 포함한 지역사회 내 전반적인 감염 상황을 볼 수 있는 장점도 크다.
아메쉬 아달자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 선임 연구원은 "확진자 중 경미하거나 증상이 없는 환자가 많아 모든 확진자가 임상 검사를 통해 밝혀질 수는 없다"면서 "그런 감염자들도 배설물에는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말했다.
이어 "하수는 특정 지역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선행 지표이자 추후 사태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하수 분석은 기존 검사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해 감염 대유행의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있다고 NBC는 전했다.
감염률이 낮으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 경향을 보여 유행 초기에 전파 수준을 파악할 만큼 충분한 검사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앨버트 고 공중보건·전염병학 교수는 이런 방식이 부족한 검사량의 한계를 메워주고, 앞서 벌어진 유행들끼리 비교 분석도 가능하기에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할 때 최고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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